33년 전 사라진 개구리 소년…여전히 밝히지 못한 그날의 진실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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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6 17:03  |  수정 2024-03-26 17:34  |  발행일 2024-03-27 제8면
26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33주기 추모식 열려
유족, 이태훈 달서구청장 등 30여명 참석
유족들 "사건 진실 규명해 아이들 억울함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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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앞에서 열린 '고(故) 개구리소년 33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26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 앞에서 '개구리소년 3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유족과 달서구 공무원 등 30여 명은 개구리소년들의 넋을 기렸다.

추도식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경과보고와 함께 시작했다. 33년 전인 1991년 이날 도롱뇽알을 찾아 집을 떠난 개구리소년 5명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아이들은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지만, 사건의 진실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33년 만에 밝혀지면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재수사를 지시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추모식이 시작되면서 비는 점차 잦아들었지만, 유족들의 눈시울은 점차 붉어졌다. 고(故) 우철원군 아버지인 우종우씨는 추도사를 통해 먼저 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우씨는 "살아있다면 중년으로 결혼하고 손주들도 데리고 올 나이인데 너희는 아직도 소년으로 머물러 있구나"라며 "33년간 너희들의 억울함이 변화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깝다. 내년 이 자리에서는 너희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소식을 갖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하 전미찾모)은 이날 성명을 통해 △AI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한 재수사 촉구 △추모관 건립 △진상규명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그동안 개구리소년 사건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해결하고자 경찰에 수차례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경찰이 AI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분명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명의 아이 아버지들 중에서 세 분이 먼저 하늘로 가셨다.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어디선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범인이 꼭 양심선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회장은 경찰이 실종 당시 모금했던 제보 보상금을 유족 동의 없이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여러 기업이 돈을 모아 제보 보상금 4천200만 원을 마련해줬다. 11년 뒤 유골을 발견한 사람 2명에게 1천만원 씩 지급하고 남은 금액에 이자가 붙어 약 3천만 원이 있는데, 경찰이 몇 년 전 이 돈을 다시 기업에 돌려줬다"며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제보 보상금 개념으로 기업에서 기탁한 돈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에 다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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