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탈린의 서재, 독재자 스탈린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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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9 08:12  |  수정 2024-03-29 08:13  |  발행일 2024-03-29 제17면
생전 2만5천권 소장 열렬한 독서광
그가 아낀 책 통해 사상·신념 파악
지식인 스탈린의 삶·소련사회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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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의 서재'는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스탈린의 생애와 소련사의 핵심 쟁점을 톺아볼 수 있는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재자의 서재는 어떤 모습일까. '스탈린의 전쟁'으로 한국에서도 낯익은 소련사(蘇聯史)가인 제프리 로버츠(Geoffrey Roberts)가 그의 신작에서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그의 일생과 시대를 비추는 시도를 했다.

스탈린은 사회주의 체제의 수호를 위해 무수히 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냉혹한 독재자인 동시에 나치 독일의 패망에 기여하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데 성공한 지도자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한 독재자의 서재로 들어가 그의 사상과 신념, 혁명과 전쟁, 국정과 외교에 미친 영향, 인격과 감정의 내면까지 파고든 새로운 스타일의 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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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로버츠 지음/김남섭 옮김/너머북스/554쪽/3만1천원

스탈린은 하루에 300~500쪽을 읽을 수 있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생전 2만5천여 권의 책을 모았으며, 그중 많은 책에 길고 짧은 문구나 혹은 '횡설수설' '동의함' '옳아' 처럼 여러 '포멧키(pometki·표시들)'를 여백에 달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신념을 드러냈다. 스탈린 사후에 그의 장서는 뿔뿔이 흩어졌으나, 그가 개인적으로 메모를 달아놓은 400여 점의 텍스트들과 장서 목록은 남아 있다.

러시아 기록 보관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와 스탈린이 책에 남긴 내밀한 기록을 좇은 저자는 냉혹한 독재자의 얼굴 뒤에 감춰진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의 면모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평생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서를 삶의 이정표로 삼은 스탈린은 트로츠키, 카우츠키 같은 정적의 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진심'이었다. 현실 정치와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책을 읽었던 스탈린은 혁명, 대숙청, 전쟁 등 중요한 정치적 국면이 찾아올 때마다 책이 주는 교훈에 의지했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을 교차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스탈린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소련사회의 핵심 시기 또한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스탈린은 역사서와 소설, 희곡, 영화 대본 등 각종 문학 작품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스탈린의 눈에 비친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진진하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지은이의 말에서 "저는 스탈린의 삶과 이력을 폭넓게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기존의 전기 형식을 따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중략)1920년대 초부터 스탈린은 줄곧 읽고, 쓰고, 편집하고, 텍스트에 표시를 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그가 펼친 활동을 탐구하면 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관한 연구의 정점에서 쓴 이 책은 2022년 출간 후 영국의 '히스토리 투데이', 호주의 '더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의 '오픈' 등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스탈린 시대를 연구한 역사학자인 서울과기대 김남섭 교수의 탁월한 번역으로 완성된 '스탈린의 서재'는 지식인 스탈린의 삶과 그의 시대에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영국 런던 뎁트퍼드에서 태어났다. 소련 외교와 군사정책, 스탈린, 제2차 세계대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2005년 아일랜드 코크대의 역사학 교수로 부임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명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게오르기 주코프의 전기인 '스탈린의 장군(Stalin's General)'으로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군사사학회에서 우수 도서상을 받았다. 현재 코크대 역사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아일랜드 최고의 학문적 영예인 로열 아일랜드 아카데미 회원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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