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동양철학 담은 건축가의 예술세계' 건축가 겸 화가 김영태 개인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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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1 18:26  |  수정 2024-04-01 18:27  |  발행일 2024-04-02 제17면
12일까지 대구 갤러리 더블루에서
'공(空)·소(素)·결·적(迹)·방(方)' 등
다섯 가지 주제 추상화 신작 17점 전시
"AI시대지만 인간 중심 사회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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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갤러리 더 블루에 김영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김영태 작가 제공>

건축가이자 화가인 김영태 영남대 건축학부 명예교수(소헌미술관 대표)가 오는 12일까지 대구 갤러리 더 블루(Gallery The Blue)에서 13번째 회화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무제(Untitled)'로 명명된 추상화 신작 17점을 선보인다. 해당 작품들은 유교와 불교, 음양오행설 등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공(空)·소(素)·결·적(迹)·방(方)'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김 작가는 "21세기 정보혁명 이후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배제되는 모양새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만물의 실체를 탐구하는 동양철학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다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품은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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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영남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영태 작가 제공>


그의 추상 작업은 영남대 건축학부에서 퇴임한 2012년부터 본격화 됐다.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남다른 관심을 두었던 김 작가는 중고교 재학 당시 미술반 반장을 도맡으며 화가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은사의 권유로 건축을 전공하게 됐다. 건축이야말로 미술의 근원이자 종합예술이라는 생각도 한 몫 했다. 1979년 영남대 교수 임용 후에도 세계 유명 건축물들을 화폭에 담는 등 구상에 비중을 두었지만, 퇴임 이후부터는 관람객의 감성을 자유롭게 이끌어 내는 추상에 천착하고 있다.

'공(空)'을 주제로 한 작품 3점은 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즉시색(空卽是色)'과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철학을 담았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그 현상 자체가 하나의 실체라는 것과, 만물은 모두 일시적인 모습일 뿐 그 실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素)' 작품 3점은 공자가 자신의 제자 자하에게 이른 말인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이다)'에 집중한 결과다. '예(禮)'는 밖으로 드러난 형식인데, 그보다 먼저 '인(仁)'한 마음이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탕, 근본, 근원의 중요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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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영남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결' 작품 3점에는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에 대해 깊이 파고든 김 작가의 통찰을 담았다. 나무의 나이테가 품은 '결 ', 꿈 속 의식의 흐름인 '꿈결'을 비롯해 '바람결' '물결' 모두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물론, 무생물에도 생명이 깃들 수 있다는 평소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

'적(迹)' 작품 3점은 시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궤도와 흔적을 의미하는 '적'이란 개념을 통해 김 작가 자신과 세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열한다. 작품 속에 드러난 역동적인 선들의 향연은 좌충우돌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표현한 것으로 바라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뿜어낸다.

'방(方)' 작품 5점은 각각 동서남북과 그 중심을 표현한 것이다.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둔 해당 시리즈는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가 상생(相生)하고 상극(相剋) 하는 원리를 적용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정복이 아닌 어우러져야 할 대상으로 자연을 대하는 동양철학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작품들의 철학적 배경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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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서의 자부심은 김영태 작가의 작품세계에도 투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태 작가의 작업실에 그가 30대 초반 설계한 영남대 사회관 모형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한편, 김 작가는 "향후 추상적 부문에 건축적 요소를 더 가미한 방향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나에게 있어 건축이란 '동결된 음악'과 같은 존재다. 시간예술인 음악은 무형적이지만, 유형의 실체인 건축에 감동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 내 그림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 구상을 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조형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태 작가는 경북 상주 출생으로 경북고와 영남대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영남대와 한양대에서 각각 공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남대 부설 건축연구소장,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영남대 캠퍼스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사회관도 그가 설계한 것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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