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투표율 50·70%가 만드는 전혀 다른 세상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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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06:56  |  수정 2024-04-05 09:07  |  발행일 2024-04-05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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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D-30 다섯 장면'의 결말=4주 전 'D-30 다섯 장면'이란 글에서 투표일 30일 전 주목할 다섯 장면을 소개했다. 결말은 이렇다. 당시 민주당 공천 잡음에 힘 잃은 '정권 심판론'(1장면)은 완벽히 부활했다. 스스로 걸어 나와 정권 심판론에 불붙인 건 대통령이다. 이종섭·황상무 악재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한 게 역전의 빌미를 줬다. 사퇴로 봉합을 시도했지만 제궤의혈(堤潰蟻穴), 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 뒤였다. '민주당 분열'(2장면)이 대형 악재가 되리란 예상은 진보의 기우로 끝났다. 이낙연도, 조응천·김영주도 위협적 존재가 되지 못했다. '조국 신당'(3장면)은 최대 돌발 변수가 됐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어 망설이던 유권자들이 목을 적실 시원한 우물이 돼 부동층을 가두고 있다. 피의자 조국의 부활은 양가적(兩價的)이지만, 그가 지지율을 다 까먹던 민주당에 기사회생의 일등 공신이 된 건 전적으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행운)'의 요행이다. '조국 현상'은 조국의 공(功)이기보다 윤 정부에 대한 응축된 실망과 분노의 결과다.

한때 국정 지지율 도약의 제1 지렛대였던 '의대 증원'(4장면)은 '의·정 갈등'으로 프레임 전환돼 여당에 부메랑 되어 돌아왔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대국민 담화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보수 일각에서 '존재하는지조차 애매한 중도층'(5장면)이라 폄훼한 건 완전 오판이다. 여론조사에서 4%포인트 내 접전지가 전국 16곳(조선일보), 박빙 경합지가 49(민주당)~55곳(국민의힘)이나 된다. 4년 전에도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로 넓히면 79곳이었다. 야당에 경도된 중도층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겠지만, 살얼음판의 캐스팅보터는 늘 그들이었다.

#D-5 마지막 변수=모든 변수가 소진된 지금, 남은 건 '투표율'이다. '반드시 투표'(77.7%), '가급적 투표'(17.3%·미디어토마토·4월2일 발표)를 합쳐 무려 95%가 투표 의향을 가졌다는 건 현실적이진 않다. 다만 그 열기만큼은 심상찮다. 가장 높았던 21대 투표율(66.2%)은 깨질까. 오늘, 내일의 사전투표율이 30%(21대 26.7%)를 넘기면 70% 초반도 넘볼 수 있다고 한다. '샤이 보수'가 많은 건 위기에 처한 보수의 기회 요인이다. '간절함'이 승패를 가른다.

민주당이 승리한 2004년(투표율 60.6%·152석), 2016년(58.0%·123석), 2020년(66.2%·180석) 모두 6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이 이긴 2008년(46.1%·153석), 2012년(54.2%·152석)은 50% 안팎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매직넘버를 '65%'로 잡았다. '투표율이 63∼65% 나오면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53% 안팎에 그치면 여당 의석이 늘어날 것'(이강윤 전 KSOI 소장)이라 한다. '투표율 68% 넘으면 여당 100석 아래로 떨어진다'(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근거가 궁금한 논평도 등장한다.

반론이 만만찮다. 마음 못 정한 유보층 비율의 경우 교차투표에 익숙한 2030이 다른 연령층보다 2~5배 많다. 여당이 만회할 유일한 변수는 '60대 이상의 아주 높은 투표율이다.'(김진·보수 패널) 2030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더 많아진 첫 선거. 단순 투표율보다 세대별 투표율에 더 주목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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