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사무원 14시간 일해도 수당은 13만원" 공무원 울리는 선거사무

  • 민경석
  • |
  • 입력 2024-04-09 17:45  |  수정 2024-04-09 19:50  |  발행일 2024-04-10 제2면
최저시급 보다도 수당 적은 경우도
높은 노동강도 비해 처우 부실 지적
전공노 "수당 현실화 지속적으로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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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진행된 대구 중구 성명여중 개표소 모습. 영남일보DB

제22대 총선 투·개표 업무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0년 만에 수(手)검표 절차가 재도입되면서 선거 당일 근무 시간이 급격히 늘어난 데 비해 업무 수당은 최저임금 수준이기 때문이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4·10 총선 선거 사무관리를 위해 차출된 공무원은 9개 구·군을 포함해 약 6천 명에 달한다. 선거인 명부 작성을 비롯해 사전 투표, 검표, 개표 등의 업무를 맡는 공무원을 모두 합한 숫자다.

선거일인 10일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투표나 개표가 시작하기 전부터 교육을 받고 미리 준비해야 함에 따라 투표사무원의 경우 14시간 정도 일해야 한다. 이렇게 근무하면 지방공무원에겐 13만원의 수당과 별도의 식대가 지급된다. 사실상 최저시급(9천860원) 수준이거나 그보다 적은 수당을 받고 일을 하는 셈이다.

개표사무원은 7만5천원의 수당을 받는다. 개표 종료 시점이 자정을 넘게 되면 2일로 계산해 15만원을 받는다. 여기에다 여비와 식대를 더해서 지급한다. 개표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투표함이 개표 장소로 도착하는 즉시 시작한다.

오후 6시 30분에서 7시쯤 개표가 시작되지만,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해 공무원들은 통상 오후 4~5시쯤 출근한다. 개표가 자정을 넘어 이튿날까지 이어지면 노동 강도는 배가된다.

여기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가 도입되면서 사라졌던 수검표가 이번엔 다시 도입됐다는 점도 공무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선관위는 2022년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소쿠리 투표' 등 부실 관리 논란이 일자 이번 총선부터 수검표 부활을 결정했다. 이에 개표도 지난 총선에 비해 2~3시간가량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선거 사무관리에 차출된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구청에 근무하고 있는 A(30)씨는 "투표사무원이나 개표사무원으로 차출되면 평소 근무 시간보다도 훨씬 오랜 시간 일을 하고도 일 한 만큼 수당을 못 받는 게 다반사"라며 "물론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공무원이라지만, 다른 지역에서 사전투표로 장시간 근무한 공무원이 이튿날 쓰러져 숨졌다는데, 과로사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마저 들리니 (선거사무 투입이) 더욱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측은 지난 1월부터 민주적이어야 할 선거가 비민주적인 노동 착취의 현장이 되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창현 전공노 대구지역본부장은 "선거 관리에 공무원들이 투입돼 근무하는 시간에 비해 수당이 너무 적다는 점을 지속해서 지적해왔다"면서 "선거 사무관리 차출이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수당이나 처우가 너무 부실한 만큼 중앙 정부 등을 향해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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