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의 여소야대, 協治의 大義가 시대정신이다

  • 논설실
  • |
  • 입력 2024-04-11 07:21  |  수정 2024-04-11 07:27  |  발행일 2024-04-11 제23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권 압승이 현실화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극단화되면서 의회권력을 민주당이 완전 장악하게 됐다. 22대 입법부는 윤석열 정권을 무장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대한민국은 극한의 대치정국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촉즉발의 정치적 사건도 예견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에 입성할 이들 중 상당수는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을 넘은 정치적 힘겨루기는 갈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통한 유권자 선택은 민심의 심판이라고 했다. 불가역적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전진하려면 어떡하든 '인식의 격차, 주장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치(協治)란 대의의 발판에 서야 한다. 선거전은 진영대결과 팬덤정치를 등에 업고 상대를 척결해야 한다는 소위 심판론이 휩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향해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나라가 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맹공했다. '무시무시한 세상이 올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용서할 수 없는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붙였다. '대통령 탄핵'이란 경고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독한 승부와 독한 언어들은 선거로 종료될 수 있을까. 낙관하기 어렵다. 극한의 대립이 이어진다면 정치가 3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을 향할 것이다. 이번 선거만 해도 3천920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4천400만 유권자에게 38개 정당이름이 담긴 역대 최장 길이 51.7㎝의 투표용지가 내밀어졌다. 그런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각기 상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입법부를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 비토권을 남발하는 '비토크라시 정부'로 남아서는 안 된다. 야당은 식물정부를 겨냥한 입법독재의 작업들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행여 '정권 탈취'란 유혹을 떠올린다면 후일 악몽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는 민생(民生)이다. 국민은 지금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대파 논쟁' 이슈가 돌출한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민생은 힘들다. 물가를 챙기고, 자칫 낙오할지 모를 서민층을 보듬는 정책과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공약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인구 위기 극복을 국가 현안으로 보고 5세 이상 무상보육, 육아휴직 확대,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를 약속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 지원 대책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와 '기본 사회' 카드를 꺼냈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 월 20만원 아동 수당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전국 철도 지하화 , 통신비 인하, 노인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은 여야 모두 약속했다.

공약은 포퓰리즘이란 오명처럼 남발돼서는 안 되지만 표심만을 노린 '공약(空約)'으로 끝나서도 더욱 안 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즉 정책집행의 의지와 예산 마련이다. 정치적 공약들은 합리적 순서에 따라 선별을 가려야 한다. 여야 제정당은 각자 내놓은 공약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민생회복의 마중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진정성만이 죽일 듯 달려들며 선거전의 스트레스를 국민에게 안겼던 정치가 조금이라도 국민께 미안함을 더는 길이다. 그 진정성의 첫걸음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시작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국민은 지금 정치를 걱정하게 됐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