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선 인간의 존재를 고찰'…김경혜 개인전 '시간의 얼굴'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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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2 11:06  |  수정 2024-04-12 11:07  |  발행일 2024-04-16 제17면
4월16~26일 대구 중구 대봉동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시간 위에 선 인간의 존재 고찰한 한지작품 눈길
김경혜 작가 개인전 '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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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혜 작

김경혜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얼굴'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인 슈바빙(Gallery in Schwabing·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실과 먹 등을 매개체로 시간 위에 선 인간의 존재를 고찰하는 한지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오던 김 작가는 독일 실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처럼 시간에 실려 흘러가는 존재인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해왔다. 전시작들은 시간 속 존재의 근원을 찾기 위한 작업 끝에 탄생했다. 한지를 접고 잘라 형태를 만들었고, 가늘고 긴 실은 단순한 선과 형상으로 태어났다.

작업 과정은 집중의 연속이다. 의식 저편의 기억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먹을 갈고 드로잉 하고, 종이를 접고 자르고 붙인다. 접은 종이의 가로와 세로줄은 무한한 시간의 중첩과 세월의 주름을 의미한다. 한 땀의 가로와 세로 선은 지금 이 시간을 상징하는 동시에 정지된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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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혜 작


한지에 대해 관심갖게 된 계기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 떠났던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작가가 느꼈던 갈등과 방황을 가라앉혀 준 게 바로 한지였다. 김 작가는 "검은색 한지는 진중하면서도 무언가를 가득 품고 있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고 무궁한 깊이가 있다. 금방 찢어질 듯 얇은 한지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한 올의 실은 삶의 지평에 서 있는 존재를 표현하기에 좋은 재료였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이번 전시에 대한 김 작가의 소회다. 김경혜 작가는 "시간의 길 위에서 수많은 얼굴을 만났다.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함에 막연하고 두려웠고, 자연의 변화 속에 그의 얼굴은 숭고하고 경이로웠다. 거부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한 존재라는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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