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물고기' 취급에 비판 없는 맹목적 지지…정치적 역동성 스스로 키워야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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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1 19:57  |  수정 2024-04-21 20:08  |  발행일 2024-04-22
[TK, 총선 민심에서 길을 찾다3 - 끝]
홍준표 시장, TK 총선 결과 "죽은 도시" 평가
與 후보 모두 당선…이슈도 공약도 없는 선거
TK유권자, 인물부터 정책까지 요구해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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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의 역동성을 키우기 위해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유권자들이 대구 달서구 진천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진천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영남일보DB

홍준표 대구시장은 TK 총선 결과에 대해 "죽은 도시"라고 평가했다. 이슈도 없고, 공약도 없는 '조용한' TK 선거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TK 총선 무대에서 볼거리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후보나 유권자 모두 흥미를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후보는 '시간만 지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고 여겼고, 유권자들도 '어차피 국민의힘이 되겠지'라고 받아들였다. 결과도 그렇게 됐다. TK 25개 지역구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후보의 선전 여부가 주목을 받았던 경산과 대구 중-남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 벽은 높았다.


중앙 정치권에선 TK정서와 관련, 국민의힘을 향한 '맹목적 짝사랑'이라고 말한다. 크게 틀린 말이 아니지만, 다소 불편한 비판이다.


TK의 일방적 정서는 종종 호남과 비교된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굉장히 높다. 민주당 후보의 총선 득표율을 보면 80%가 넘는 지역이 많다. TK보다 훨씬 일방적이다.


TK나 호남 유권자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정서상 그렇다. 보수 정서가 강한 TK에서 야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억지스럽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 보수 정당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


일각에서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을 바꾸는 '스윙 스테이트'인 충청권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TK나 호남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TK의 정치적 역동성을 키우는 것은 난제다.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 변하지 않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길이다.


TK는 보수정당의 대주주지만,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냥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 무대에서 TK정치권의 영향력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선거에서 질 때마다 엉뚱하게 '영남 책임론'이 불거진다.


일단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인물부터 정책까지 '지역 맞춤형 카드'를 요구해야 한다.


TK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은 '현역 중심'으로 이뤄졌다. 변화가 거의 없는 탓에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고, 정치적 기대감도 낮아졌다. '국민추천제'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현역을 컷오프(공천배제) 한다면 꾸준히 지역을 다져온 인사를 우선 고려해야 했다. 텃밭 정서에만 기댄 국민의힘 책임이 크지만, TK 유권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TK 대표선수로 선발된 정치인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택해놓고 비판만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비판적 지지가 수반돼야 한다. TK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정치적 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TK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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