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좋은 전시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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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3 08:09  |  수정 2024-05-13 08:09  |  발행일 2024-05-13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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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지난 글에서 대중과 현대미술 간의 간극과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미술은 같은 대상도 다르게 보려 노력하는 예술가들의 시선과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매체이며, 전시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고집하는 이 '다양성'이 오히려 대중과 예술을 멀어지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벽창호 같은 성격의 예술은 마냥 불친절하기만 할까? 전시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지만, 주변의 전시만 보더라도 불친절한 경우가 종종 보이기 때문에 마냥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러나 '좋은 전시'는 작품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객에게 잘 전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전시란 무엇일까.

좋은 전시의 구성요소는 다양하다. 작품에 집중할 환경을 멋들어지게 구성한다거나, 전시(작품)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주거나, 관객들이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있겠다. 그러나 좋은 전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주제를 통해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에 있다.

명확한 주제는 관객들에게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고, 작품들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여 사유의 폭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전시가 질문하는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 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이해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와 반대로 보면 주제가 없는 전시는 안 좋은 전시가 되겠다. 대체로 작품들을 나열만 하는 전시가 그것이다. 작품들 간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고 각자의 이야기만 한다면 관객이 사유할 수 있는 폭이 얕아질 수밖에 없다. 작품마다의 내용이 제각각이라면 전시장 안에서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명의 작가가 구성하는 개인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 명의 작가라고 하더라도 그 주제가 제각각이라면 전시가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전시를 구성하는 그 공간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글에서도 하나의 주제가 있는 것이 글의 명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논리적 흐름을 유지할 수 있으며 내용을 더 집중시킬 수 있듯이 전시 또한 마찬가지의 구성이 되어야 한다.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다 보면 내용의 방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여러 주제를 다루는 전시(비엔날레)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주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주제에 대한 내용을 일관적으로 다룬다. 살펴본 바와 같이 명확한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전시를 관람한다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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