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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기자〈정경부〉 |
모두에게 '처음'은 특별하다. 첫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흐려지지 않는다. 빨간 반코트 차림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을 가던 순간부터 청소년 딱지를 겨우 뗀 채 대학교 첫 수업에 앉아 있던 순간까지. 취직해 첫 월급을 받던 순간도 아직 눈앞에 생생하다. '첫 순간'들의 공통점은 '초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초심을 올곧게 지키는 게 쉽지는 않다. 마치 학기 초 '열공''을 다짐하면서 구매한 수학 참고서가 나중엔 맨 앞 집합 부분만 거뭇해져 있는 보편적 현상(?)처럼 말이다.
각종 비리와 스캔들로 지탄받았던 역대 모든 국회의원에게도 처음 금배지를 달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얼룩이 묻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어도 첫 입성한 국회에서 첫 마음으로 외쳤을 국회의원 선서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끝끝내 자초한 사회적 비판과 비난은 '잘해 보겠다'고 다짐했던 초심을 지키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싶다.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서 대구경북(TK) 초선 의원은 7명이다. 21대 국회에서 14명의 초선 의원이 배출된 데 비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균 나이는 확 줄었다. 경북에선 TK 최초 30대 여성 국회의원이, 대구에선 40년 만에 30대 국회의원이 나오는 진기록도 나왔다. 가뜩이나 청년 유출과 지방 소멸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당선인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TK 초선 의원들은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4년 뒤 주민들에게 증명해 보이겠다"고 입 모아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순정으로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지역민의 성원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여소야대 지형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커 보였다.
이들이 임기 전 진심을 담아 꺼낸 말과 약속들이 4년 뒤 뻔하디 뻔한 정치인의 언어로 전락해선 안 된다. '처음'은 말 그대로 처음이지만,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다. TK 초선의원들이 먼 훗날 자신의 정치 여정을 되돌아볼 때 국회의원으로서의 첫 4년이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지역의 한 유권자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는 식으로 취지가 곡해되면 곤란하다.
이왕이면 톡톡 튀는 의정활동을 통해 TK에도 신선한 정치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처음 들어선 길이어서 다소 헤맬 수는 있지만, 처음이라서 보이는 것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지기자〈정경부〉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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