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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료를 위해 골목길을 걷고 있는 구자현 원장과 김보람 간호사.〈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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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원장이 방문진료 가정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지난 5월1일 포항시 북구 우창동에서 문을 연 '내 집에서 의원'이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만성질환 및 중증환자, 장애인,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방문 진료만 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은 환자 집을 방문해 엑스레이, 혈액검사, 항생·영양제 주사 및 투약, 욕창·수술 상처 관리, 배뇨관 교체 및 관리, 건강 평가 등 지속적인 진료와 치료, 상담을 한다. 이동형 엑스레이 등 최적화된 의료 장비를 갖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는 대부분 검사와 치료가 환자의 집에서 이뤄진다.
진료가 꼭 필요하지만, 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는 익숙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진료가 이뤄져 심리적 안정감도 주고 있다.
의사·간호사 등 3명의 의료진
내원 수준 장비로 진료 서비스
"팬데믹 후 소외층 건강권 훼손
가족같은 마음으로 도움 주고파"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왕진수요는 계속 느는 추세지만 실제로 방문 진료는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익성이 낮고 환자의 집으로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고를 마다하고 이 의원은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내 집에서 의원'을 개원한 구자현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의 병원장을 지내면서 의료 사각지대의 환자를 많이 봐서다. 구 원장은 외과 전문의로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에스포항병원 혈관외과장, 좋은선린병원 창상·욕창센터장을 거쳐 올해 3월까지 좋은선린병원장을 역임했다.
구자현 원장은 "좋은선린병원은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었다. 팬데믹을 거치며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건강권이 심하게 훼손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의료 현장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 지역사회와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며 개원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항에 많은 의료기관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로 10분만 벗어나도 실제적인 의료취약지가 된다. 지역의 의료 사각지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제가 가진 재능을 거동이 불편한 사람,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아들, 형, 동생으로 성심껏 만나서 진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원에 앞서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일반 병원에선 돈을 좇지만, 이 의원은 방문 진료하고 있어 돈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그는 오늘도 환자의 집을 두드린다.
구자현 원장은 "지금 요양원에 계신 부친의 바람이 '집에서 운명하고 싶다'는 말씀이었다. 지금도 실현하지 못한 부친의 바람과 기초수급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서 방문진료의 길을 선택했다"며 "잘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더 나은 포항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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