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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국박물관 전경. <의성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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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국박물관 전경. <의성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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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조문국박물관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6~8월 사이 격주 간격으로 주말에 열리는 프로그램인 '박물관은 살아 있다'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의성군 제공> |
의성군의 복지정책이 의식주 중심에서 문화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인에 초점을 맞춘 복지정책을 소화하기에도 바쁜 의성군이 복지의 영역을 문화 분야로까지 넓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고령층 비중이 높은 인구 구조를 청·장년층 등과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재편하기 위한 거시적 관점의 인구정책이 깔려있다.
집과 옷, 먹거리 등 당장 급한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다시 말해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층이 외지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처럼 "당장 먹고 살기에도 벅찬데 뜬금없이 문화가 웬 말이냐"는 핀잔까지 감수하면서 문화강군(文化强郡)을 향한 꿈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군정의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그 중심에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이 있다.
◆개관 10주년에 누적 관람객 106만명
조문국박물관은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소규모 농촌 지자체로는 보기 드물게 종합박물관(문체부 등록, 1종)으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지방 소규모 박물관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2013년 4월 25일 개관한 이후 최근까지 106만583명의 관람객이 방문(2024년 6월 12일 기준, 운영일수 4천68일)하는 등 성공한 박물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 소장유물은 개관 당시 1천522점에서 1만2천821점(6월 현재)으로 늘어났으며 △특별기획전(15회) △학술연구(13회) △박물관대학 (9회, 444명) △역사문화교육프로그램(체험자 3천36명) 등을 통해 지역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 충족에 한 축을 담당했다.
이같이 조문국박물관이 지난 10여년 동안 쌓은 기록들은 경북도 내 비슷한 여건의 공립박물관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도내 많은 박물관과 문화시설들이 연간 누적 관람객(방문객) 수에서 1천명을 기록하는 것조차 힘겹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조문국박물관은 지방 소규모 박물관으로는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셈이다.
조문국박물관의 성공 이면에서 다양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히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의 고유한 역할인 유물의 수집·관리, 조사·학술연구, 지역사를 기반으로 한 각종 특별전시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문화를 주민이 누려야 할 복지 중 하나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박물관
그동안 조문국박물관은 지방 소규모 박물관이 가지는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개관 이래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특별기획전으로 열었다.
이처럼 지역민과 관람객에게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전시회를 필두로 △어린이 박물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상상놀이터 △박물관의 최고 비수기인 한여름을 책임지는 물놀이장 △생애 주기별 맞춤 역사·체험프로그램(박물관대학, 어린이 그리기·만들기 대회, 가족과 함께하는 만들기 교실,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주말엔 박물관 등) △즐거운 음악이 있는 '박물관은 살아 있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시 위주의 전통적인 박물관이라면 금기시하는 '시끄럽고, 즐기는 박물관'이라는 역발상으로 관람객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실제 조문국박물관의 지난 11년은 전통적인 박물관이 가지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주민에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는 '역사문화를 즐겁게 즐기고 체험하는 문화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지금까지 성과를 나타내는 각종 수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양적 성장과 기능적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다.
적지 않은 재원이 투자되는 시설물인 만큼, 외형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각종 수치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박물관과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원전 7세기부터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중심으로 독자적 문화를 형성하면서 고대 경북의 정치·경제·문화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한 조문국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상징성도 크다.
그동안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에 종속된 지역이라는 사실에서 벗어나, 고대 경북의 중심으로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했다는 역사적 의미에서 의성군민이 누릴 수 있는 지역 문화의 우수성과 자긍심은 막대한 무형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구정책의 핵심시설로 도전
개관 이후 11년째를 맞으면서 피할 수 없는 노후화한 시설과 콘텐츠, 유물증가에 따른 수장고 부족, 빠르게 변화하는 관람객의 문화적 욕구 등에서 공조직이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한계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단순한 시설 투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에 기반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조문국박물관은 장기적 운영 목표와 전략을 의성군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새로운 인구정책과 연관된 핵심시설로 거듭나기 위한 역할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생활인구와 관계인구 증가를 위한 중심적인 복합문화시설로 재도약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처럼 조문국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기능에 만족하는 박물관에 머물지 않고 있다.
실제 의성이 가진 역사문화 자원의 문화원형과 콘텐츠를 보급·확대하는 등 단순한 유물의 수집과 보관이 아닌 문화자원의 적극적인 활용에서부터 △미래세대의 역사문화 교육을 위한 교육청과의 협업을 통한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의 구축과 실행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찾아가는 박물관 활동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한 생애 주기별 역사문화 체험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조문국박물관은 지역의 문화복지센터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간 문화적 격차 해소와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지역의 다양한 사회 경제적인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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