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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배우의 유작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작비 185억을 쏟은 블록버스터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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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배우의 유작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작비 185억을 쏟은 블록버스터 영화다. |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숨진 배우 이선균의 유작 2편이 이번 여름에 나란히 개봉한다. '기생충' '나의 아저씨' '파스타' 등 여러 화제작에 출연한 이선균이 마지막으로 남긴 영화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오는 12일 극장 개봉하는 김태곤 감독의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와 다음달 14일 개봉을 확정한 '행복의 나라'가 그것이다. 두편의 영화는 여름에 많은 사랑을 받는 재난영화와 대통령 시해사건이라는 휘발성 큰 주제의 영화라는 것과 함께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이 더해져 올여름 극장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간 살상하는 실험견의 반격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공간이 어느 순간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그린 재난영화다. 천만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과 손을 잡아 완성했다.
김 감독은 20대 시절 목포에서 서울로 향하는 도보 여행 중 들개의 추격을 받은 실제 경험담을 영화에 녹여냈다. 기상 악화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로 사람들은 고립되고, 다리는 붕괴 위기에 놓인다. 이때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도로에 쏟아지고, 생존자들은 개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통제불능의 상황에 놓인다.
영화 '탈출'은 제작비 185억원을 쏟아부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에서 일어나는 공항대교 연쇄추돌사고는 압권이다. 제작진은 광양 컨테이너 선착장에서 200m 도로를 세트로 제작한 후에 100중 추돌 사고를 구현했다. 무려 300대가 넘는 차량을 중장비로 설치하고, 차량의 파손된 잔해를 바닥에 한 조각씩 세팅했다. 충돌장면에서는 실제 차량을 연쇄적으로 부딪혀 현실감을 극대화 했다는 후문.
최근 열린 기자시사회에선 이 장면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출연배우 김희원은 "세트에다가 아스팔트를 깔고 다리를 지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분장실에서 촬영현장까지 걸어오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길었다"며 세트장의 어마한 규모를 설명했다.
이선균 배우를 추억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감독은 "오늘 이 자리에 형이 함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며, "영화를 준비할 때는 물론이고 촬영과정에서 형이 많은 도움을 줬다. 내가 놓치고 있는 장치, 공간에 대한 이해도 등에서 형과 많은 시간동안 머리를 맞대고 해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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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대통령 시해사건의 법정재판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행복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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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대통령 시해사건의 법정재판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행복의 나라' NEW 제공 |
◇10·26, 12·12 관통 법정이야기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천만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사건과 12·12사태를 관통하며, 숨겨진 역사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아 정치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불꽃튀는 이야기다. 스크린과 안방극장, 뮤지컬까지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조정석이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변호사 '정인후'로 분했다. 또 다양한 작품에서 대체불가한 매력과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 유재명이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판을 휘드는 거대권력의 정점, 합수부장 '전상두' 역으로 분했다.
감독은 실제 10·26 관련 재판을 꼼꼼히 조사하고,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살려냈다는 후문. 당시 10·26 사건을 다룬 재판은 첫 공판 후 단 16일 만에 최종선고가 내려졌다.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은밀히 쪽지가 전달되고, 피고가 군인신분이라는 이유로 3심제가 아닌 단심제를 적용하는 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한편 이선균 배우의 이번 유작 상영을 계기로 '이선균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언론보도를 통해 마약투약혐의가 보도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해 12월27일 극단적 선택으로 마흔여덟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수사기관이 수사정보를 외부에 흘리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피의사실공표금지법'(일명 이선균법)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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