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 '한국전쟁 소년병 참전 사건' 진실규명 결정…"소년병 명예 회복 조치 필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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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1  |  수정 2024-07-10 16:33  |  발행일 2024-07-11 제9면
진실화해위원회 '한국전쟁 중 소년병 참전 사건' 소년병들 인권침해 여부 등 조사

소년병 6명 중 4명 대구경북 출신…미성년자임에도 1950년 한국전쟁 동원돼
진실화해위원회 한국전쟁 소년병 참전 사건 진실규명 결정…소년병 명예 회복 조치 필요
이승만 대통령과 Van Fleet 장군이 국군 9보병사단 검열 중 주한미군사고문단(KMAG) 훈련학교에서 국군 병사(소년병)의 소총을 관찰하는 모습.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한국전쟁 당시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자원 입대하거나 강제 동원돼 낙동강 방어선에 참전한 대구경북 소년병들의 70년 묵은 '한(恨)'이 풀릴 전망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최근 열린 제82차 위원회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 6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공식 피해를 인정받는 동시에 국가 보상의 길도 열리게 됐다.

특히 이들 소년병 6명 가운데 4명이 대구와 경북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아흔을 넘긴 지역 소년병들의 명예와 자긍심이 드높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전쟁 중 소년병 참전 사건' 관련 소년병 6명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한 지 1년 4개월 만에 "국가 차원의 예우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한국전쟁 중 소년병 참전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참전한 6명이 무력 충돌의 희생자로서 육체적·정신적 피해 등을 입은 것과 관련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예우하자는 목소리는 2000년대부터 가시화됐다. 2001년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이 6·25 참전 소년병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재점화됐지만 수차례에 걸쳐 상정이 불발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년병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2년 7월 27일까지 정규군(현역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제대한 병역 의무가 없는 만 18세 미만 아동이다.

이번에 소년병으로 인정받은 6명 중 장병율(90)·장성곤(91)·박태승(91)·고(故) 하명윤씨 등 4명은 대구경북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모두 미성년자였다.

장병율씨는 1950년 8월 23일 강제징집 돼 4년 3개월 동안 군 복무를 했고, 장성곤씨도 1950년 8월 10일 만 17세 나이에 강제징집 돼 3년 10개월 간 군에서 복무했다. 박태승씨는 1950년 8월 28일 만 17세 나이에 자원입대해 4년 5개월을, 고 하명윤씨도 1950년 8월 20일 만 17세 나이에 자원입대해 3년 10개월을 현역병(정규군)으로 임하며 한국전쟁에 동원됐다.

노년이 된 대구경북 소년병들을 위해 법적 투쟁을 벌여온 하경환 변호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진실규명 결정으로 드디어 국가배상 청구의 길이 열리게 됐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측은 "소년병의 경우 한국전쟁 당시 병역 의무가 없는데도, 자원입대 또는 강제징집이 이뤄졌다"며 "이들은 전황이 불리한 시기에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하는 등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실규명대상자와 같은 소년병이 겪어야 했던 전쟁의 트라우마, 교육의 기회 상실 및 사회 부적응, 자립 기반 마련 어려움 등을 인정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며 "무력 충돌의 희생자로서 그 공헌과 헌신에 상응하는 별도의 지원 및 예우를 하지 않고 있어 소년병들의 실질적인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소년병 병역 수행의 위법 소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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