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의 "파이트"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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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6  |  수정 2024-07-16 06:56  |  발행일 2024-07-16 제23면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피격당하는 순간 "싸워라(Fight), 싸워라, 싸워라"고 외치는 장면은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였다. 이 사진은 벌써 '퓰리처상' 물망에 올랐고, 관련 티셔츠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등 '트럼프 모멘텀'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피격' 후 작금의 상황 전개가 썩 개운찮다. '트럼프 피격'은 불행한 일이고 그를 위로함이 먼저다. 그러나 그의 영웅적 모습보다 미국과 전 세계에 만연한 극단주의 정치가 불러온 참사라는 메시지에 더 주목한다. 미국 언론도 "터질 게 터졌다"라고 한다.

극단주의는 증오를 야기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며, 평화를 침해한다. 경제적 불평등, 사회 문화적 갈등, 미성숙한 민주주의, 소셜미디어 확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난, 소득 감소, 사회보장의 부족이 정치적 극단주의 호소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민자를 적으로 지목하고, 부패와 권력 집중을 파고들어 반대 세력과 언론을 적대시한다. 소셜미디어도 유리한 환경이다. 자극적 콘텐츠를 선호하고, 좋아하는 정보에만 노출되며 알고리즘 등으로 조정되기 쉽다. 다른 이들이 자기 생각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더 극단적으로 움직인다.

이 모두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불평등 완화, 성숙한 민주주의, 건강한 소셜미디어 환경 조성이다. 권력 남용을 경계하고 국가주의에 맞서며 부패와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팬덤을 경계하고, 아스팔트 극우 세력을 멀리하며, 개딸에 휘둘려선 안 되고, 돈·조직으로 유혹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을 곁에 둬선 안 된다. 폭언을 쏟아붓는 증오 유발 시사 토론자들도 불가근(不可近)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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