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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점심식사 중 발생한 농약 사건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던 봉화군의 한 경로당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황준오 기자 |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복날 중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 4명이 공통으로 먹은 커피(영남일보 7월 18일자 8면 보도)에 초점을 맞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건 당일 인과 관계 분석하는 한편 갈등 관계 인물의 존재 여부 등도 확인하고 있다.
18일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은 "피해자들이 보양식 섭취 이후 커피를 함께 먹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확인됨에 따라 커피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보양식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이날 피해자들이 단체로 그라운드 골프를 한 정황을 추가 확인해 일행들을 상대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전 6시 40분쯤 피해자 4명 등 일행 10여 명은 봉화군 한 그라운드 골프장을 찾아 자체 경기에 참여했다. 이후 집으로 귀가한 피해자들은 같은 날 낮 12시쯤 봉화군의 한 식당에서 보양식을 섭취했다.
당시 피해자 4명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후 경로당에서 추가로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이 나왔다. 다만 해당 커피가 경로당 냉장고에 있었는지, 직접 타서 마셨는지에 대한 목격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경찰은 경로당 냉장고에 있던 커피를 포함한 음료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마을 주민 간의 갈등 관계를 조사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 4명은 60~70대 여성으로 경로당 회장과 부회장, 회원들로 사건 당일 이들의 위액에선 모두 농약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성분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따라서 누군가 원한을 품고 음식물에 농약을 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시골 마을에선 농약 등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경북 상주에선 마을회관 할머니 6명이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셨다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의 행적을 따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한편, 농약 판매 업체 등을 찾아 판매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섭취한 음식을 중점으로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라며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사건의 인과 관계를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