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사회부 차장 |
오래된 이야기다. 아버지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집을 짓자고 했다. 반면 어머니는 현재 집을 고쳐 쓰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버지는 새집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 믿었다. 어머니는 지금 집도 충분히 좋아 간단한 수리만으로도 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입장 차는 날로 점점 커졌다. 결국 큰 싸움으로 번졌다. 이 상황이 속상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부모 주장이 모두 타당하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 의견도 이해됐고, 어머니 입장도 일리가 있었다. 다툼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용기 내 나섰다. "아버지·어머니, 우리 이 문제를 같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새집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현재 집을 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중재는 큰 효과를 보였다. 부모는 제안을 듣고 서로의 입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함께 앉아 의견을 조율했다.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결국, 부모는 집을 부분적으로 수리하고 조금씩 저축해 새로운 집을 짓기로 계획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끝없이 엉킨 실타래와 같다. 응급실에서 방치된 환자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골든타임을 놓치며 절망에 빠지고 있는가.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은 계속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려 하지만, 의료계는 무분별한 증원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대한다. 이 대립 속에서 피해는 국민이 떠안고 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했다. 그러나 교육의 질과 실습 기회 그리고 의료 인프라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의사는 증가했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로 인해 일본은 의사 증원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의 질 향상과 인프라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해외 의사 유치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리고 국제 의료 졸업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미국 의료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원격 의료와 같은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를 도입해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미국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국민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정부와 의료계에 전달해야 한다. 중재자로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를 촉구해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양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국민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 답답하다. 침묵은 동의나 다름없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속에서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이다. 이제는 이러한 무관심을 끝내야 할 때다. 이 사안은 단순히 의사들의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문제며, 미래 세대의 의료 환경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필요한가, 아니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자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제 국민은 방관자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강승규 사회부 차장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