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8> 푸거라이

  • 정지윤
  • |
  • 입력 2024-08-21 19:30  |  수정 2024-09-01 12:59  |  발행일 2024-08-22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 지역에 위치한 푸거라이.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푸거라이에서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초인종'이다. 초인종 모양이 집마다 다르다.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푸거라이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은 이곳에 거주 중인 주민이다.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소피 도스트 푸거라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영남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중이다.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과거 푸거라이를 재현한 모습.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푸거라이 전경.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푸거라이를 만든 야콥 푸거 흉상.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시즌 Ⅱ-유럽에서 길을 찾다]  푸거라이
푸거라이에서 거주했던 사람들의 사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 지역에 위치한 푸거라이(Fuggerei)는 '사회적 기능'과 '주민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지붕 없는 박물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16세기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사회 공동 주거시설이다.

'도시 안의 도시'라 불리는 이 곳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저렴한 거주 비용으로 저소득자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 역사가 이어질 수 있게 했다.

푸거라이는 뮌헨 중앙역에서 독일 고속열차(ICE)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푸거라이에 도착하니 '노란색' 건물과 건물을 타고 자라고 있는 담쟁이 넝쿨이 눈길을 끌었다. 밝고 편안한 느낌은 주었다. 매표소에서는 반갑게 인사하며 방문객들을 맞아주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푸거라이 거주민이다.

 

뮌헨 중앙역서 고속鐵로 1시간

건물 67개·아파트 147채·교회 등
1521년 상인 야콥 푸거가 조성
저소득자 집 해결·커뮤니티 형성


기한 없이 현재도 150여명 거주
정부 지원은 안받고 운영비 마련
주민 모임·교육 통해 자립 도와
특색있는 초인종 등 年 10만 관광

◆푸거라이, 1521년 설립
푸거라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 공동 주거시설'이다.

갑부 상인이었던 야콥 푸거(Jacob Fugger the Younger)는 1521년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 푸거라이를 설립했다. 당시 아우크스부르크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무고한 도망자들, 쉴 곳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이곳을 만들었다.

푸거라이에는 67개의 건물과 147채의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한 채의 크기는 평균 62㎡(약 18.76평)다. 교회와 우물도 있어 규모 면에서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요소를 꼽는다면 바로 '초인종'이다. 초인종 모양이 집마다 다르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어두운 밤, 초인종 모양을 보고 자신의 집을 구별했다고 한다.

현재 푸거라이에는 150명 정도가 살고 있다. 가족, 커플 등 다양한 가구가 지내고 있다. 거주 기한은 제한이 없다. 방은 거주하던 사람이 죽으면 리모델링 한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도 살 수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2~3년 거주했다면 가능하다.

◆거주 비용은 단돈 0.88유로
푸거라이의 가장 큰 특징은 '거주 비용'이다. 아주 저렴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1521년 푸거라이가 설립된 후 현재까지 0.88유로(약 1천300원)만 받고 있다. 물, 난방 등 공과금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야곱 푸거는 푸거라이 설립 당시 거주 비용이 그대로 유지되길 원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부분을 후대의 책임으로 남겨뒀다. 이에 '푸거 가문'이 계속 재단의 대표를 맡으며 푸거라이가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립재단인 푸거라이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형태로 푸거라이 운영비를 마련한다. '푸거라이 관광', '산림사업' 등이 운영비 마련을 위한 주요한 사업이다. 예를 들면 방문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데, 성인 기준 8유로(약 1만1천800원)다. 1년 평균 10만 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 또 푸거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3천200헥타르(ha) 숲에서 목재 등을 판매하는 사업도 이뤄진다.

저렴한 거주 비용을 내는 이곳 입주민들은 대신 '하루 3번' 기도를 해야 한다. 또 통금시간을 정하고 있어 밤 10시 후 푸거라이에 들어오는 주민들은 종을 울리고 50센트(약 740원)를 지불해야 한다. 자정이 넘으면 입주민은 경비들을 위해 1유로(약 1천480원)를 내야 한다.

◆커뮤니티·교육이 자립 도와
푸거라이는 커뮤니티와 교육을 통해 입주민들의 자립을 도와주고 있다.

소피 도스트(Sophie Dost) 푸거라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푸거라이처럼 활기찬 시설을 만들기 위해선 '커뮤니티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거라이 입주민들은 입주 당시부터 무조건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참여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곳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면서 "거주자들은 일주일 2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과 청년들은 서로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 때문에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교육'도 시설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소피 도스트 담당자는 "푸거라이에서는 두 사람을 서로 상담 파트너로 해 짝을 맺어주고 정신적 상담을 진행한다. 미래 교육을 통해 자립해 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교육을 통해 시설이 더욱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의 문제점도 푸거라이 같은 시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는 "푸거라이와 비슷한 시설이 만들어진다면 '안전한 고향'을 지켜낼 수 있다"면서 "사회 구성원 간 연결을 통해 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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