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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기자〈사회부〉 |
어릴 적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며, 공룡이 부활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에 잠기곤 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등과 같은 육식 공룡을 비롯해 큰 뿔이 특징인 '트리케라톱스'와 긴 목을 내밀며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초식 공룡이 아직도 잔상에 남는다.
'아기 공룡 둘리'는 어떤가. 1970~1990년대생을 아우르는 공룡 캐릭터로,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무섭고 커다란 모습이 연상되는 공룡을 귀엽고 친숙한 이미지로 바꾸며, 공룡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열어주는 놀잇감으로 공룡만한 '자극제'도 없었던 것 같다.
대구에서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신천, 고산골, 무학산을 비롯해 최근에는 초례산 일대에서도 백악기 시절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왔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이처럼 다양하게 발견된 대도시가 있었던가. 이번 발견으로 대구가 공룡들의 놀이터였던 것이 증명됐고, 역사성과 희소성 등 문화유산적 가치도 얻게 됐다.
하지만 '공룡의 낙원'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공룡을 테마로 한 공간 및 공연·행사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는 2011년 '하이 디노 공룡 엑스포'가 열린 이후, 2017년 대구 엑스코 '공룡 대전'을 끝으로 굵직한 공룡 박람회·전시회가 전무하다. 소규모로 이뤄진 공룡 관련 테마 행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호응도는 떨어진다. 그나마 남구 고산골 공룡공원이 공룡 테마 놀이 공간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례산 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은 대구가 공룡 화석 산지임을 알릴 좋은 기회다. 공룡들이 대구에 가져다준 기회를 썩히기가 아까울 따름이다. 공룡 발자국 등 문화유산의 보존·존치도 중요하지만, 이 자원들을 명소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대구와 인접한 영천, 경주, 의성 등 경북 곳곳에서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만큼 관광자원화할 명분도 있다.
인구 2만여 명의 일본 후쿠이현 가쓰야마시는 공룡 박물관을 통해 세계 공룡 연구의 중심지로 발돋움했고, 연간 9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국내에서도 경남 고성이 2022년부터 '공룡 세계 엑스포'를 매년 개최하며 명실상부 '한반도 제1의 공룡 도시'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하고 있다.
대구 곳곳에서 상상 속의 공룡이 눈 앞에 펼쳐지는 그런 순간을 기대해 본다. 이동현기자〈사회부〉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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