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받은 남성, 40여 년 만에 '무죄'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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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4  |  수정 2024-09-03 17:55  |  발행일 2024-09-04 제10면
1982년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선고받아

노트에 정권 비판 내용 담은 '반파쇼 찬가' 작성·보관 혐의

당시 수사관들 불법 구금에 진술 강요. 고문과 가혹행위도 일삼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받은 남성, 40여 년 만에 무죄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40여 년 전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하고 동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산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형사항소부(오덕식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은 A(2018년 5월 16일 사망)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81년 5월 20일 경북 경산 소재 친구의 자취방에서 1980년 5월 18일 광주 사태를 회상하며 노트에 '양키놈의 명령으로 박가 놈은 젊은이 팔아 그 돈으로 스위스 예금, 월남해방 방해놓다' '제3세계 큰욕먹곤 할슈타인 팽캐쳤다' '온갖 핑계 수탈하다 그래도 안되니까 제들끼리 총 싸움질, 개중 나은 김재규는 부마봉기 참뜻 알아 순국선열지사 됐네' 등 정권 비판 내용을 담은 '반파쇼 찬가'를 작성·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82년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씨와 검사가 각각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각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A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원심 형이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A씨의 유족이 '반파쇼 찬가'는 단순 낙서에 불과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해 당시 A씨를 불법 구금한 수사관들이 진술을 강요하며 고문과 가혹행위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1981년 10월 이전에 작성된 피고인의 각 자술서는 피고인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이 자백하는 취지로 작성됐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원심에서 유죄 증거로 삼은 피의자신문조서와 피고인이 작성한 각 자술서 및 진술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또,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적은 노트에는 반파쇼 찬가의 초안 및 완성본이 기재돼 있을 뿐, 작성 목적이나 사용 계획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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