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외국인 함께 즐기는 220년 전통 독일 '옥토버페스트'…대구치맥축제도 세계로 뻗길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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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3 18:30  |  수정 2024-09-24 07:36  |  발행일 2024-09-23
[대구치맥을 세계축제로] 上 '세계 3대 축제' 옥토버페스트 현장 가보니

독일 뮌헨주민들이 열광하는 220년전통 글로벌 축제

15분 소요 퍼레이드 코스에 도시 전체는 온통 열광

너도나도 창문·대문 활짝 열고 대환영

축제에서 만난 타국인들도 모두 친구
현지인·외국인 함께 즐기는 220년 전통 독일 옥토버페스트…대구치맥축제도 세계로 뻗길
22일 오전 독일 뮌헨시 테레지엔비엔에서 열린 2024 옥토버페스트의 호프브로이 양조장 텐트가 인파로 가득하다.
현지인·외국인 함께 즐기는 220년 전통 독일 옥토버페스트…대구치맥축제도 세계로 뻗길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에서 열린 '2024 옥토버페스트'의 호프브로이 대형텐트에서 다양한 인종,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맥주를 즐기고 있다.
"옥토버페스트에 온 걸 환영합니다. 우리가 평생 즐긴 우리 뮌헨 지역 맥주를 당신도 마음껏 음미하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꼭 오세요."

현지시각 22일 오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에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행사장 인근 식당 앞, 여기서 만난 두 노신사는 영남일보 취재진를 보자마자 애정어린(?) 환영 메시지를 건넸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느껴졌다. 이들은 멜빵이 달린 반바지에 스타킹을 신은 이 지역 전통의상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고 맥주를 즐겼다.

뮌헨에 거주한다는 파울씨(78)는 "오늘은 옥토버페스트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다. 매년 이맘때쯤 이 식당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퍼레이드를 지켜본다. 바이에른주 도시 곳곳에서 입는 의복과 여러 직업의 복장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명당중의 명당"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맥주와 소시지의 나라, 매일 아침 맥주를 마시기 위해 일어난다는 나라 독일. 어디를 가나 물만큼 맥주가 흔한 곳이다. 독일 국민 1인당 소비량과 양조장 수는 가히 압도적이란다. 양조장 수는 1천300개 이상인 이 나라에서 그 절반이 바로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에 있다. 옥토버페스트라는 전통 있는 맥주축제가 있는 도시다웠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처음 시작됐고, 1819년부터는 연례행사로 열린다. 해마다 600만명이 넘는 이들이 행사장을 찾아 600만ℓ이상의 맥주를 소비한다.

현지인·외국인 함께 즐기는 220년 전통 독일 옥토버페스트…대구치맥축제도 세계로 뻗길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에서 개최된 2024 옥토버페스트의 정문 모습.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16일간 진행된다.
◆뮌헨인들이 사랑하는 글로벌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개막한 22일, 뮌헨시청에서부터 축제 행사장인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까지 개막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열렸다.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는 총 연장 3㎞의 길거리는 일찌감치 차량진입이 통제됐다.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퍼레이드 코스를 따라 수많은 인파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들었다. 집 대문을 활짝 열고 음식과 의자를 준비해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동네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다양한 무리가 줄지어 등장했다. 군복을 입은 악단이 나팔소리를 쉼없이 내뿜으며 지나가면 그 뒤를 전통 농기구를 짊어진 농부들이 나타났다. 말을 탄 여성들은 배시시 웃으며 관람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재기발랄한 아이들이 대형을 흐트러뜨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행렬을 따라 같이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옥토버페스트 현장에 도착했다. 임무를 마친 퍼레이드 무리는 자연스레 일반 관람객에 섞여들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흥겨운 분위기에 취한 관람객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맥주를 마시는 '텐트'를 찾아 들어갔다. 크고 작은 텐트 39개가 마련됐다. 텐트는 마치 서커스 공연장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이들 텐트엔 뮌헨시가 선정한 지역 6대 맥주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맥주만 판다. 이 양조장 중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울라너·호프브로이도 있다. 아우구스티너·하커 프쇼르 등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곳도 있었다.

뮌헨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양조장 '아우구스티너'의 대형텐트 안. 함성과 건배잔 부딪히는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이 곳에서 만난 마리아씨는 "한국에선 아마 아우구스티너란 맥주를 잘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뮌헨 사람들이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단 한 모금도 해외에 수출하지 않고 지역에서만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실제 옥토버페스트는 이들 바이에른 지역민, 특히 주도(州都)인 뮌헨 사람들의 축제다. 뮌헨시에 확인한 결과, 2019년 옥토버페스트엔 총 630만명이 다녀갔고 이중 바이에른 지역민 비중은 무려 70%에 달했다. 뮌헨 시민이 62%, 나머지 바이에른 주민이 8%였다.

현지인·외국인 함께 즐기는 220년 전통 독일 옥토버페스트…대구치맥축제도 세계로 뻗길
22일 오전 독일 뮌헨시 일대에서 열린 2024 옥토버페스트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한 무리가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축제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친구 '프로스트(건배)'
옥토버페스트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선꼽힌다. 전 세계인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고, 언젠가 현장에 가보고 싶어하는 축제이다. 바이에른 주민이 옥토버페스트 방문객 비중의 7할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1할은 타 지역 독일인이, 2할은 세계 각국 사람들로 추정할 수 있다.

영국에서 온 케이티(20)씨도 친구들과 이번에 처음으로 옥토버페스트를 즐겼다. 그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이 많고, 분위기도 가히 압도적이다. 이런 열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의 여러 축제들을 둘러보고 싶다.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비행기로 10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거리도 개의치 않은 한국인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회합해 독일 맥주를 마시며 이국 땅에서 '한국인의 정'을 나눴다. 또 다른 이들은 뮌헨에 거주하는 지인 찬스를 얻어 상대적으로 쉽게 축제장을 찾았다.

뮌헨에 거주 중인 최문순(54)씨는 "가끔 한국에서 친구들이 방문한다. 체류기간을 옥토버페스트 기간과 맞출 수 있다면 적어도 하루쯤은 즐길 수 있도록 권한다. 너무 크고 복잡해서 재방문까진 고민된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경험 자체를 후회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글로벌 축제답게 영국인은 영국인끼리, 한국인은 한국인끼리만 즐기는 게 아니었다. 한쪽 테이블에서 '프로스트(건배)'를 외치면 눈을 마주친 다른 테이블에서도 함께 함성을 지르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서로 잔을 부딪치며 인사와 간단한 대화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커-페스첼트 텐트에서 25년째 일한다는 매니저 뢰플러씨는 "작은 텐트는 지역민이 주 고객으로,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반면 우리처럼 큰 텐트는 외국인 방문이 많고, 더 활발하다. 여러 국적의 다양한 인종이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독일 뮌헨에서=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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