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 "올겨울 '역대급 한파'…2021~2022년과 유사한 패턴"

  • 박영민,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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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6  |  수정 2024-09-25 22:23  |  발행일 2024-09-26 제9면
최근 '족집게 기상학자'로 화제 된 김해동 교수 인터뷰

"라니냐 현상으로 올겨울 한파, 폭설 나타날 가능성 커"

"라니냐 길어지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무더운 날씨"

"대구는 폭염 취약…경북 동해안은 '가을 태풍'에 약하다"
족집게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 올겨울 역대급 한파…2021~2022년과 유사한 패턴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에서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가 영남일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올겨울에는 2021~2022년과 비슷한 '역대급 한파'가 예상됩니다."

올여름 40℃를 넘나드는 '가마솥 폭염'을 일찌감치 예고해 화제가 된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는 25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교수를 만나 앞으로의 기상 전망과 지역의 기후 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족집게 기상학자'로 불리고 있는데.
"올해 무더위는 작년부터 예상됐었다. 작년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기 때문에 2년 안에 극단적인 기후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일본기상청과 국내 기상청의 데이터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여름 기상 패턴을 추론한 것이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에는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이 클 것으로 봤는데, 만약 생각보다 북극 진동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면 다른 날씨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전망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기상학자로서 리스크가 있더라도 적극적인 추론을 했다. 제가 얘기하는 것도 결과만 두고 '점쟁이처럼 잘 맞춘다'보다 '그런 추론을 낼 만한 데이터가 쌓였구나'라고 데이터에도 관심을 더 가지면 좋겠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일반 시민들도 일기도를 보고 충분히 각자의 추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올겨울은 어떤 날씨를 예상하나.
"일본 기상청의 12월~내년 2월 수치 모델을 분석해보면 올겨울 우리나라는 지난 2021~2022년과 비슷한 한파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수치 모델을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지역의 수온이 높아지고 티베트 지역의 기온이 높아진다. 이 높은 기온이 북극권의 제트 기류를 밀어내는데, 밀린 공기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밀려 내려와 차가운 공기를 유입한다. 2021~2022년에 이런 패턴이었다. 당시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는 등 대한 한파가 발생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현상이 올해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올해 유례없는 늦더위가 발생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후가 이어지나.
"올해는 특히, 가을을 대표하는 명절인 추석에 체감기온이 39℃까지 오르며 다들 '내 평생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며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것 같다. 라니냐 현상이 예상보다 더 길게 유지된다면 당장 내년에 올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해수면 온도 추이와 라니냐 현상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류 흐름이 급변하고 있어 기상학자들은 라니냐 현상이 3년 연속 나타나는 '트리플 딥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통상적으로 라니냐 현상은 동아시아 지역에 무서운 폭염과 한파를 몰고 오는데, 트리플 딥 라니냐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그동안 경험할 수 없던 기상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은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최근 폭염은 한반도 동쪽 지역보다 전라도 등 서쪽 지역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광주에 유례없는 더위가 나타난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동쪽 지역에서는 대구만 예외적으로 서쪽과 같이 폭염에 취약하다. 대구는 분지인 데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도시 열섬현상이 반영돼 폭염이 자주 나타난다. 또 다른 문제는 '가을 태풍'이다. 지난 2010년 이후부터 여름 태풍보다는 가을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치고 있는데, 가을 태풍은 대부분 경북 동해안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이러한 가을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너울과 해일이 발생해 경북 동해안 지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대구경북에는 농업지역이 많은데, 이런 곳이 기후 위기에 직격탄을 맞는다. 기후 변화로 전통적으로 키워오던 농작물들을 키울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나라 기상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적극적인 추론을 많이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건 기상청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선 허리케인 대피 명령이 떨어져 시민들이 대피했다가 허리케인이 다른 곳으로 가 헛발질을 해도 웃으면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미국에선 기상청이 합리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국민이 신뢰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결과만 놓고 '틀렸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기상청이 위축된다. 근데 기상청이 위축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국민과 관련 기관이 데이터를 놓고 합리적인 기상 예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생기면 기상청도 더 적극적인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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