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국감'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제22대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7일부터 상임위 곳곳에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행정 감사라는 본연의 취지와 상관없이 정치 공방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공격에 초점을 맞췄고, 여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고 있다. ☞4면에 관련기사
국감이 정쟁으로 치달으면 민생 문제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의정 갈등 해법이나 어려움을 겪는 민생 경제, 불안한 국제정세 등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민생 문제도 정쟁의 소재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행정안전위 국감에선 김 여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가 불출석하자 야당 의원들은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또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선 김 여사가 KTV의 무관중 국악 공연을 일부 인사들과 관람했다는 의혹에 대해 야당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KTV의 방송 기획관과 PD 등을 15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소환하며 '황제 의전'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에서 검찰이 공직선거법와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한 민주당 이 대표의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 장동혁 의원은 재판부 변경 신청에 대해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피고인이 '내가 원하는 재판부로 가서 재판받겠다'고 해서 재판부 변경 요청을 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찰 구형에 대해 '야당 대표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감에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직무정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를 다루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를 거론했다.
정쟁에 매몰되면서 '3급 비밀' 표시가 있는 외교부 공문이 공개되거나, 국토교통부 장관의 관용차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매물로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외교부 국감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외교부 공문을 국감장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고, 국민의힘은 "국기를 흔드는 것이고,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관용차를 당근마켓에 매물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밝혀 박 장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감 첫날부터 난장판이다. 이런 식이면 또다시 국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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