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독자적인 행보'가 가속화 되고 있다.
당내 원내외 인사들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도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당정 갈등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에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위험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며 "함부로 다룰 수 없고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김 여사 문제와 관련,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른다. 상황을 잘 보면서 대응을 잘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야권과 언론에서 동시다발로 제기되고 있는 김 여사 의혹으로 당정 지지율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4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부결에 손을 들어줬지만, '특검법이 한 번 더 발의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 대표의 '마이 웨이'는 충돌을 부를 수 있다. 당장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친윤계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친한계 의원과의 만찬 회동에 대해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모임을 하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SNS에 "지금은 대통령 탄핵에 불을 붙이는 야당에 맞서 당이 하나로 뭉쳐 총력 대응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당내 주류와 결이 다른 한 대표의 목소리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3개국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6일 출국길 환송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한 대표가 당정 갈등이나 내부 분열 우려를 아예 무시하기 힘들다. 자칫 공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표면적으로나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대를 통해 정치적으로 타협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나 한 대표 모두 검찰 출신으로 좀처럼 고개를 숙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고,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던 한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누굴 맹종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한 대표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의 광폭 행보가 여권의 권력 지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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