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희망을] 연소성 피부근염 앓는 유현이…대구 첫 케이스 희귀 근육병으로 고통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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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17  |  수정 2024-10-17 07:40  |  발행일 2024-10-17 제9면
횡문근·피부 만성 염증 생겨

심하면 호흡곤란·심장장애도

입원치료에 1주일 사흘 등교

가계형편 빠듯 재활치료 부담
[어린이에게 희망을] 연소성 피부근염 앓는 유현이…대구 첫 케이스 희귀 근육병으로 고통올해 초등 6학년인 유현이(가명·12)는 밝고 씩씩한 아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잘했다. 특히, 색감을 표현하는 데 재주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희귀 병이 유현이를 덮쳤다. 근육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도 힘들어졌다.

힘든 병원 치료 기간에도 유현이는 다시 건강해지길 바라며 스스로 의지를 다져갔다. 병원에서 유현이가 직접 그리고 쓴 그림책엔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웃으면서 병을 날려 보내자!'란 문구가 눈에 띈다.

유현이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초등 3학년 때다. 3년 전 등교하던 유현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학교 계단에 풀썩 주저앉았다. 수업시간이 다 되도록 교실로 들어오지 않는 유현이를 걱정한 담임 선생님이 집에 전화했다. 분명 등교를 시켰는데 유현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매우 놀랐다. 그 시간 유현이는 혼자서 힘겹게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유현이가 앓는 질환은 '연소성 피부근염'이라는 희귀 질환이다. 통상적으로 2~15세 소아에게 발병하는 피부근염은 다양한 신체 부위의 횡문근과 피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근위부 근육이 약해지고 염증·부종·근육통 피로·피부 발진·복통·발열·근위축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인두근이나 호흡근 또는 심근을 침범하면 연하 장애, 호흡 곤란, 심장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구 첫 케이스, 연소성 피부근염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유현이의 말에 엄마는 흔히 겪는 성장통인 줄로만 알았다. 동네 병원에서 X-레이도 찍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유현이는 계속해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이 부어오르는 등 증상이 심각해졌다.

갈수록 심해지는 증상에 대학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했고, 희귀난치병인 연소성 피부근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근육병으로, 지속적인 재활 및 투약을 하지 않으면 장기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숨을 잘 쉬지 못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던 유현이에게 거의 유일한 치료법은 마약성의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항암치료(면역억제제) 정도다.

유현이는 병원 치료 후 퇴원했지만 다시 걸음걸이와 발음이 이상해지는 등 증상이 재발하면서 열흘 만에 재입원했고, 7개월간 처음부터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현재는 매주 대학병원에 입원해 스테로이드 당MTX주사 및 간 주사를 병행한 1박 2일의 항암 및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유현이 엄마는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선생님에게 이 병이 대구에서는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희귀한 병인데도 처음엔 이 병이 평생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병원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고 여기면서 아이와 함께 마음을 다잡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6인 저소득가구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40년이 넘은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유현이네는 부모와 3명의 형 등으로 구성된 6인 가구다. 식구도 많고 빚도 있어 가계 살림이 빠듯하다.

아빠는 오랫동안 봉제 공장에서 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권고사직으로 현재 실직 상태다. 집 1층에 있는 작업실에서 봉제 일을 하고 있지만, 일감이 적어 6개월째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직업병으로 허리디스크, 허리협착증, 후종인대골화증 등을 얻어 장시간 근로가 어렵고,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조차 가기가 쉽지 않다.

엄마도 유현이를 간호해야 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다.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은 둘째 형이다.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한 둘째 형이 많지 않은 월급으로 가계에 보탬을 주고 있다.

유현이 엄마는 "완치 개념이 없고, 약물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의료비는 산정 특례를 내후년까지 받을 수 있는데, 6개월에 400만원 정도 들어가는 재활치료비는 지원이 안 돼 가계에 부담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며 "아이가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 아빠가 힘들어할까 봐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밝고 씩씩한 아이, 사랑이 넘치는 가족

막내 아들인 유현이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유현이네 집에는 유현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가족 사진 등이 집안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유현이는 병원 치료로 일주일에 사흘밖에 등교하지 못하지만 활달한 성격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매일 학교에 가고 싶어 할 정도로 학교 친구와 선생님을 좋아한다. 멋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유현이는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삐까삐까' 춤을 친구들과 함께 추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유현이는 "아프기 전보다 불안한 마음이 커진 것 같다. 모든 걸 조심하게 된다. 그런 저에게 친구들이 큰 힘이 되는데 3일밖에 학교에 못 가 아쉽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뇌성마비 앓는 현아(가명·영남일보 8월21일자 10면 보도)에게 영남일보 독자 분들이 총 50만5천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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