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해외이육사문학제 '중국에서 이육사를 만나다'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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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9 18:20  |  수정 2024-10-30 10:06  |  발행일 2024-10-30
26일, 상하이 교민과 자녀·푸단대 학생 등 150여명 참석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 강연 통해 육사의 문학세계 공유

중국 대학생 육사 시낭송, 교민 자녀 아리랑 합창 등 문화교류

테너 양승호, 육사의 시 ‘광야’와 ‘청포도’ 노래로 박수
2024해외이육사문학제 중국에서 이육사를 만나다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독립투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2024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중국 상해한국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은 손병희 이육사문학관 관장이 육사의 일생과 문학적 성찰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독립투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 선생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2024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상하이, 난징에서 이육사를 만나다'를 주제로 중국 상하이 상해한국학교에서 열린 이번 문학제에는 국내 작가들과 상하이 현지 교포와 자녀, 중국 푸단대 학생, 이육사추모사업회와 문학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제의 총칼에 굴복하지 않은 시인이자 독립을 염원한 혁명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문학세계를 공유했다.

2024해외이육사문학제 중국에서 이육사를 만나다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독립투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2024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중국 상해한국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은 문학제에 참석한 중국 푸단대 한국어과 학생이 육사의 시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낭송하고 있는 모습.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첫 순서인 '칼날 위의 시인-이육사의 삶과 문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손병희 이육사문학관 관장(안동대 명예교수)은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겨레의 삶을 상징하는 듯한 이육사의 일생과 문학적 성찰을 소개했다.

손 관장은 먼저 "이육사의 생애 자체가 장엄하고 비극적인 서사를 구성하고 있기에 한국인들은 그에게 '민족시인'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육사의 시는 한민족의 정치적 해방을 뛰어넘는 보편적 공감대와 서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모든 시인이 육사처럼 일제에 직접 대항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항일 투쟁에 나선 경력 자체가 훌륭한 시인의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시인의 임무는 모국어에 불멸의 혼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뛰어난 문학을 창조하는 일이며, 그것은 시인에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육사가 감동적인 시를 남기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를 시인으로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관장은 "육사는 시인과 투사의 길을 아우른,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희귀한 존재"라면서 그의 실질적인 문단 진출작인 '황혼'을 거론하며 "시와 혁명을 함께한 육사의 의식 밑바닥에는 인간의 역사에 대한 분출하는 사랑과 열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2024해외이육사문학제 중국에서 이육사를 만나다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독립투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2024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중국 상해한국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은 양승호 테너가 육사의 시 '광야'와 '청포도'에 곡을 붙인 가곡을 노래하고 있는 모습.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입교하는 등 시인으로서 유일하게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육사의 행보를 상기시키면서 "그가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유일한 시인이기에 그의 작품세계가 조명받는 것이 아니다"면서 "시적으로도 독자의 감성을 울리는 좋은 작품을 남겼기에 훌륭한 시인으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난징에 있었던 이 학교는 무력 항일단체인 의열단이 '한국의 절대 독립'과 '만주국의 탈환'을 목적으로 설립한 항일독립혁명가 양성소였다. 당시 1기생은 육사를 포함해 모두 26명이 입교했으며, 졸업생의 활동방침은 '일제 요인 암살'과 '조선과 만주의 혁명 준비 공작'이었다. 따라서 육사가 사격에 능했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른 것도 이러한 경력 때문이라는 게 손 관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육사추모사업회와 문학관은 시인으로, 그리고 혁명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육사의 작품들이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인이 그의 시 세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육사 총서' 발간에 이어, '이육사 사전' 발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손 관장은 육사의 시 '청포도'에 대해 "단순히 식민지 시대가 끝나기를 바라는 나라 잃은 백성만이 가지는 바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해방을 뛰어넘는 진정한 평화로운 세계', '행복의 본질적 세계'를 환기하는 서정의 문맥을 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청포도에서 형상화된 우애와 평화가 넘치는 상상의 세계는 시대와 역사를 넘어서는 보편적 공감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2024해외이육사문학제 중국에서 이육사를 만나다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독립투사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육사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2024 해외 이육사 문학제'가 중국 상해한국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은 상해한국학교 재학생들이 아리랑과 애국가 합창에 이어,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손 관장의 강연이 끝난 뒤, 중국 대학생의 시 낭송과 상해한국학교 재학생의 합창, 양승호 테너의 연주 등 문화교류의 장이 이어졌다.

중국 푸단대 한국어과 학생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역된 육사의 시 '광야'와 '청포도'를 낭송했다. 이어 두 시에 이한·홍신주 씨가 각각 곡을 붙인 가곡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성악을 유학했고, 세계 3대 테너인 플라시도도밍고센터에서 영아티스트를 역임한 양승호 테너가 불러 박수를 받았다.

행사의 대미는 상해한국학교에 재학 중인 교민 자녀들이 아리랑과 애국가 합창으로 장식해 끝까지 객석을 지킨 교민과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본 행사에 앞서 단상에 오른 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84)는 인사말을 통해 "중국 상하이에서 아버지 이육사를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면서 "한국에서 오신 많은 분과 중국에서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준용 상해한국학교 이사장(상해한국상회 회장)은 "이육사 선생이 상하이와 난징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오늘 강연을 통해 처음 알았다"면서 "이렇게 의미가 있는 행사를 우리 학교에서 개최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육사추모사업회는 재외 동포를 대상으로 육사의 정신과 문학적 성취를 공유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 행사를 최근 10여년간 중국 연변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본 도쿄 등지에서 개최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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