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슬아슬하다. 한 발만 삐긋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여권을 덮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실제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기 단축이나 하야라는 단어도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 사령탑도 위기를 말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여권에 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부인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부른 명태균씨 녹취록에 윤 대통령까지 등장했다. 국민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집권 가치였던 '공정과 상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제 국민 앞에 직접 서야 한다.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야권의 부당한 공격이라는 입장만으로는 곤란하다. 법 위반과 상관 없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 시선이다. 도덕성이 의심을 받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도 있다.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고, 국정 쇄신에 나서야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쇄신을 상징하는 것은 인사다. 대통령실부터 내각까지 전면적인 인사 혁신을 통해 반전의 돌파구를 삼아야 한다. '명태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대통령실의 안일한 판단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전면적인 인사 혁신를 단행해야 국정 운영이 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도 사과할 필요가 있다.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도 풀릴 수 있다.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흩어지면 '공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가 그랬다.
한 대표도 본인의 입장만을 고수해선 곤란하다. 검찰 이미지를 벗고 여당 대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치를 통해 여권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을 찾아야 한다. 여권에서 분출하는 다양한 의견을 신중하게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로 구성된 시도지사협의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과 당내 불협화음은 당원과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해 집권 세력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패권 싸움으로 비치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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