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 "결혼과 출산은 한 묶음인가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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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4 10:57  |  수정 2024-12-05 08:58  |  발행일 2024-12-04

우리나라는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는 생활상을 유지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은 무려 41.5%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전체 출산아 중 혼외자 비율은 0~2%대에 그친다. 그만큼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그런데 점차 이같은 전통적 가족 형태에서 탈피하려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2021년까진 2%대였던 혼외자 비율은 2022년 3.9%로 치솟았다. 지난해엔 4.7%까지 올랐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20대(20~29세) 응답자 중 42.8%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2014년(30.3%) 대비 12.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지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지난해 대구시 지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냐는 질문에 10대(15~19세)는 43.5%가 '그렇다'고 답했고, 20대도 40.7%로 나타났다. 30대(30~39세)도 34%가 동의했다. 40대(40~49세)와 50대(50~59세)는 각각 28.3%, 22.7%로 떨어졌다. 60대 이상(60세~)은 14.7%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대구경북 혼외자 사례는 흔해졌다. 작년 대구 전체 출생아(9천410명) 중 혼외자는 5.2%인 49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출생아 숫자는 7.1% 줄었는데, 혼외자는 오히려 10.7% 늘었다. 경북 역시 출생아는 9.9% 감소(1만1천311명→1만186명)했지만 혼외자는 2.7% 증가(364명→374명)했다.


이러한 사회 정서적 변화를 놓고 시민들의 해석과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사회적 환경이 변화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또 한켠에선 과도한 다양성의 인정은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여긴다.


미혼 청년인 조모(27·대구 중구)씨는 "온 나라가 저출생 문제로 난리다. 결혼 여부는 출산에 있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위해선 무조건 부모가 결혼해야 한다고 강요할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건가에 대한 논의가 더 생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자녀를 둔 60대 김모(대구 수성구)씨는 "우리 세대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결혼 전 아이가 생기면 '죄'를 지은 것처럼 쉬쉬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책임지지 못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혼-출산을 연결 선상에 둬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모(34)씨는 "결혼 생각이 있는 경우에나 '결혼 전 출산 '을 축복으로 여긴다.오히려 요즘은 부동산 투자나 한부모 혜택을 편법으로 보려고 아이도 있는데 혼인 신고는 하지 않는 일이 늘어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신모(40)씨는 "제도적 부문에 대한 개선 논의보다 감정적인 혐오나 차별, 성별 갈등을 부각하는 데에에만 여론이 집중돼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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