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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예결위는 이날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연합뉴스 |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예산안 논의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정치권에선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 2025년도 예산안 논의는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계엄 사태로 여야 모두 후속 대응에 당력을 쏟아내고 있어 예산안 논의는 잊힌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에도 여야는 상당 기간 예산안 논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야당이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이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표결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탄핵 정국'의 장기화를 피할 길이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탄핵안 발의·표결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매주 토요일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특검을 '따박따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공무원 인건비, 국고채 이자,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여야 모두 준예산 시나리오에는 선을 긋는 기류이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한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준예산 사태 우려와 관련해 여야 협의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질문에 "민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국헌문란의 중대한 사태 발생으로 민생이 놓쳐지고 있다"며 "의장이 민생을 외면할 수 없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야당은 정부안에서 4조1천억 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우 의장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 요구를 한차례 반려하면서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결국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끌어낼 여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지역 화폐 등에 대한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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