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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경북본사 |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도청 청사는 경북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도청 청사 건물 곳곳에서 최근 쥐가 출몰한다는 공무원들의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지어진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건물에서 말이다. 청사에 쥐가 출몰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여러 국가의 국빈들이 도청 청사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이 같은 행사 때 쥐가 출몰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아마 그동안 쌓아온 경북의 청결한 이미지에 아주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청 청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크게 우려된다는 점이다. 과거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쥐의 개체 수 증가였다. 지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쥐가 도청 사무실을 비롯해 청사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는데, 도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불안할까? 출장 간 팀장 책상의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는 쥐가 목격되고, 점심 식사 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위에 놓아둔 쥐덫에 쥐가 붙잡힌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내식당, 탕비실 등 직원들이 섭취하는 음식물이 쥐로 인해 충분히 오염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짐작된다.
지난 8월 독일의 한 공항에선 쥐가 전선을 갉아 먹어 4시간 넘게 일부 구역이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청 내부 게시판에도 조만간 전기선부터 랜선까지 다 갉아 먹고 먹통되는 일이 시작될 것이라는 한 직원의 경고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에선 현재 도청이 위치한 안동시 풍천면이 시골 지역이라 쥐가 출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과 지난 2016년 옛 청사에서 신청사로 이사하는 과정에 이삿짐에 쥐가 함께 와 번식하며 살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직원들의 이 같은 쥐 목격담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건물 전체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쥐뿐만 아니라 돈벌레와 집게벌레 목격담도 적잖다고 한다. 만에 하나라도 쥐와 벌레 때문에 공무원 모두가 심각한 병에 걸린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더군다나 도청 청사엔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있다. K-공공 보듬이라고 아이 동반 출근 시범 운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도 많은 아이가 공무원인 부모를 따라 도청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누가 쥐가 출몰하는 곳에 아이들을 맡기고 싶겠느냐는 점이다. 쥐 때문에 아이들이 병에 걸릴 일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경북도청은 지금, 직원들은 물론 직원 자녀들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빨리 쥐를 퇴치해야 한다. 문제는 내년도 본예산에도 쥐 퇴치 예산이 없고, 정리 추경에도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공무원들이 쥐 나올까 봐 걱정하며 일을 하냐는 성토가 쏟아지기도 했다. 청사 관리 주체 부서가 그동안 쥐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청 내부 게시판에 '책상이 더 이상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는 글을 올린 한 공무원의 마지막 게시 글 내용은 '제발 쥐 좀 잡아달라'는 짙은 호소였다.
피재윤 경북본사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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