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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유도기념관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31일 오후 1시부터 대구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대구시민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쏟아냈다.
분향소를 개소한 지 1시간이 되기도 전에 9살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배모(43·달서구)씨는 한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생각에 충격이 더 컸다. 배 씨는 "올해 처음으로 아이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남 일 같지 않다"며 "희생자 상당수가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고 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를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족과 여행할 때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떠났길 바란다"고 했다.
손자와 함께 단상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김모(76·달서구)씨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허망하게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니 참 마음이 공허하다"며 착잡해 했다.
자비로 추모 화환을 보낸 시민도 있었다. 채모(23·중구)씨는 "이번 참사는 잘 믿기지 않는다. 탑승자 명단을 보니 비슷한 또래 희생자가 있더라"며 "추모 방법을 찾다가 화환을 보내기로 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오후 3시 시청 직원들과 분향소를 찾았다. 홍 시장은 조문록 서명을 생략하고 곧장 단상 앞으로 향했다. 묵념 후 발걸음을 옮기던 홍 시장은 잠시 멈춰 단상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같은 날 경북도청 동락관 1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이철우 도지사, 양금희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도청 공무원 50여명과 권기창 안동시장, 최기문 영천시장, 오도창 영양군수, 손병복 울진군수 등 단체장도 이른 아침부터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이들은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흰 장갑을 착용한 채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헌화 후 잠시 눈시울을 붉힌 이철우 도지사는 "삼가 명복을 빌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다짐을 드립니다"란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시민들의 추모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일부 주민은 흰 국화로 채워진 분향소 단상을 바라보며 눈물을 감추기도 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강혜형(59·예천군 호명읍)씨는 "연말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매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 주민인 김모(48)씨는 "누구나 탈 수 있는 여객기 사고라 남의 일 같지 않다. 안타까운 사고가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도청 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400여명으로 집계됐다.
최시웅·오주석기자 ,조윤화 수습기자

최시웅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