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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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4  |  수정 2025-01-14 07:45  |  발행일 2025-01-14 제17면

[문화산책]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우리의 매일은 수많은 연속적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휴대폰 알람에 따라 바로 일어날지,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조금 더 누워 있을지가 그 시작이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으며, 누구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결정한다. 때로는 너무 사소해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선택도 있겠지만(-그것은 아마 습관이 된 것이리라-), 하나하나의 선택이 쌓여 우리의 하루를 만들고 결국 우리 삶을 이룬다. 특별한 계기나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 없어도, 반복되는 일상 속의 습관과 선택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셈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했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를 삶의 일부로 여기기 쉽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던 사람은 건강한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어린 시절 자연스레 몸에 밴 습관이나 배움은 시간이 흘러도 한 사람의 삶의 큰 틀을 이룬다.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접근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경험했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자신들의 삶의 일부로 또는, 삶의 선택지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입시와 성적 위주의 교육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 교육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음악과 미술, 연극과 같은 예체능 과목은 정규 교육의 부수적인 요소로 취급되고, 아이들은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는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예술을 낯설고 먼 영역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문화저변 확대' '문화향유 증진'을 외치는 예술계의 이상향과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배우는 일은 개인 취향의 문제나 감각적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예술적 경험을 쌓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문화예술 교육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키워준다. 또한 문화예술 교육은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공교육에서 예술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 것인지, 그 답은 지금 우리의 선택 속에 있다.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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