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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기억학교 이용자들이 치매 지연 및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모습. <기억학교협회 제공> |
최근 대구시가 치매노인(60세 이상) 종합지원시설인 '기억학교' 운영 지침을 변경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복지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두면서 이용자와 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각 학교에 '올해부터 기억학교 이용자는 최대 1년 6개월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지침서를 발송했다. 기존엔 기간 제한이 없었다.
기억학교는 2013년부터 대구에서 운영중이고, 현재 18곳이 가동되고 있다. 학교마다 사회복지사 5명이 배치돼 어르신 40여명을 돌본다.
3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치매 노인을 둔 보호자들은 변경된 '기억학교' 운영 지침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의 일방적 기한 설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애초 계약서엔 '이용자 측의 해약 요구 또는 사망' '기억학교가 서비스 제공을 지속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 발생 시'에만 이용을 종료하도록 돼 있다.
보호자 A씨는 "노인 복지시설 중 사용 기한에 제한을 두는 곳은 없다. 치매는 증상이 나아지는 질환이 아니다. 1년 6개월만 다니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치료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기억학교 이용 대기자가 쌓인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기존 이용자에게 등급 신청을 강제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A씨는 "그간 치매 확진 진단서만 제출하면 됐는데 갑자기 등급 판정 신청을 요구하더니, 따르지 않으면 곧장 퇴소해야 한다고 다그친다"고 했다.
A씨는 "이대로 쫓겨나는 어르신들은 갈 곳은 없다. 다른 서비스와 질적 차이가 크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스스로 대중교통을 타거나 이용기한이 4개월가량 밖에 되질 않는 등 대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의 한 기억학교 원장은 "평균 이용기간은 1년 8개월쯤이다. 자연스런 이용자 교체가 이뤄진다. 특정인이 10년 이상 다닌 케이스도 있지만, 이는 치매 진행을 늦춘 성과로 인식해왔다. 이제 와서 이를 불균형 수혜로 분류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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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기억학교에서 이용자 보호자들과의 설명회를 통해 배포한 자료. 지침 변경 내용 및 기존 이용자 조치 방안이 담겨 있다. |
이번 운영 지침에는 초로기치매(65세 이전 발병하는 치매) 환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인지 저하자'는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형평성을 고려한 기억학교 이용 기간 제한 기준이 마련됐다.
기억학교가 첫 도입된 2013년엔 치매가 노인장기요양등급 부여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인지지원등급'을 만들면서 치매 환자도 제도권에 포함됐다. '노인 치매' 복지는 강화됐지만, '젊은 치매'는 복지 혜택 면에서 동떨어진 상태가 유지됐다. 이에 대구시는 운영 지침을 통해 초로기치매 환자들도 기억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했다.
또 시는 올해까지 전체 기억학교 이용 인원 중 10%가량을 인지 저하자에게 할당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제외할 방침이다. 기존 지침엔 치매 확진자·치매 고위험군·인지 저하자 등에 해당하면 기억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대구시 측은 "사업 대상자를 변경해 기억학교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의 연령·증상별 등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 이를 통해 기억학교 역할, 정체성을 찾을 것"이라며 "재가 서비스의 경우 복지사 1명이 80명을 담당하는데, 기억학교는 5명이 40명을 맡는다. 다른 서비스 수혜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인장기요양등급 신청은 '규정'이라고 못박았다. 시 관계자는 "기억학교는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사람'이 대상이다. 신청을 거쳐 등급 외로 분류된 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 이용자 대부분이 이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겠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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