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사 잘되고 '아파트'장사 안되고 - 지난해 대구 생활업종 분석

  • 박지현,이지영
  • |
  • 입력 2025-02-11  |  수정 2025-02-11 18:03  |  발행일 2025-02-11 제3면
'대구 상권' 빠르게 재편…업종·지역별 명암 뚜렷

새로 문 연 곳 통신판매업 가장 많아…부동산중개업 최다 폐업
온라인 장사 잘되고 아파트장사 안되고 - 지난해 대구 생활업종 분석
대구 중구 동성로 전경.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온라인 장사 잘되고 아파트장사 안되고 - 지난해 대구 생활업종 분석

수성구, 소비 기반 업종 강세
카페·헬스장·미용실 등 인기
남구는 사업장 94곳↑ 그쳐

의류업·외식업 위기도 심화
목욕탕·독서실·여행사 급감
대구 편입 군위는 숙박업 증가

오프라인보다 비대면 선호
무인 카페·편의점·문구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대구 상권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통신판매업은 급증했지만, 부동산중개업과 의류업은 크게 줄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나아질 거란 기대와 달리 현실은 더 팍팍해졌다"고 자영업자들은 말한다. 10일 국세청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만 4만명 이상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신청했다. 특히 부동산중개업, 의류업, 노래방, 음식점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영남일보가 국세청에 등록된 '대구 100대 생활업종'을 분석한 결과, 폐업이 급증한 업종과 새롭게 떠오르는 업종 간의 격차가 뚜렷했다. 소비 방식 변화가 지역 경제 지형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생활업종 사업장 6천90곳 증가

2024년 11월 기준 대구지역 100대 생활업종 사업장은 총 28만3천65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6월(27만7천560곳) 대비 6천90곳(2.1%) 증가한 규모다. 정부의 엔데믹 선언(2023년 5월) 이후 상권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업종별·지역별 온도 차는 뚜렷했다. 사업장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 인구의 25% 가까이가 거주하는 달서구(5만6천348곳)였다. 이어 소득 수준이 높은 수성구(5만2천108곳)가 뒤를 이었다. 반면, 사업체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서구(1만8천752곳), 군위군(2천233곳)으로 나타났다.

수성구는 카페·헬스장·미용실 등 소비 기반 업종이 빠르게 증가하며, 소득 수준과 맞물린 차별화된 상권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반면 남구는 94곳(0.49%) 증가해 1천921곳에 그쳤다. 남구는 13만6천명의 인구를 보유해 군위군과 중구에 이어 대구에서 셋째로 인구가 적은 지역이다.

온라인 판매 시장 급격히 확장

대구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통신판매업(4천834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 생긴 6천90곳 중 절반 가까운 비중으로,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판매 시장이 급격히 확장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뷰티·웰니스(Wellness) 산업도 강세를 보였다. 피부관리업(814곳), 실내장식업(676곳), 미용실(400곳)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셀프케어' 트렌드가 확산되고, 홈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타격을 입은 업종도 많았다. 가장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은 업종은 부동산중개업(-620곳)이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되면서 중개업소 폐업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인중개 플랫폼과 부동산 앱 사용 증가도 기존 오프라인 중개업소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류업과 외식업의 구조적 위기도 심화됐다. 옷가게(-374곳), 음식점(한식 -350곳·기타 -218곳·분식·-164곳), 노래방(-158곳) 등도 크게 줄었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가 오프라인 의류 매장 감소를 가속화시켰고, 외식업계는 높은 운영 비용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소율 기준으로 보면 목욕탕, 독서실, 여행사가 가장 빠르게 줄어 들었다. 목욕탕은 경유·천연가스 등 난방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고, 독서실은 온라인 학습 증가와 스터디카페 확산으로 입지가 약화됐다.

엔데믹 이후 업종별 희비

엔데믹 이후 대구 상권은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주거·소비 중심 업종은 증가했지만, 부동산·전통 서비스업은 크게 위축됐다.

2023년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은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편의점과 펜션·게스트하우스가 증가했다. 숙박시설이 확대되며 지역 내 소비 인프라도 함께 확충되는 모습이었다.

남구는 아파트 입주 증가와 함께 실내장식업이 20곳 이상 새로 생겼다. 2023년 6월 76건에 불과했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1월 1천807건으로 급증했다. 주거 환경이 변화하면서 생활밀착형 업종이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래방과 독서실은 각각 10곳 이상 사라졌다.

달서구는 통신판매업, 실내장식업, 헬스장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는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음식점의 타격도 컸다. 높은 운영 비용과 소비 둔화로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다.

달성군은 개인 서비스업과 제조업 관련 업종이 증가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만큼 제조업 기반 창업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구에서는 카페, 생활용품 판매업, 미용실이 증가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일부 교육 관련 업종은 줄었다.

동구는 헬스장, 피부관리업, 가전제품 판매업이 늘었고, 북구 역시 기타 서비스업과 생활 편의 업종이 증가했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전통적인 도소매업과 부동산 관련 업종은 감소했다.

새로운 길 찾는 자영업자들

급변하는 상권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기존 점포를 정리하고 무인매장이나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대구에서는 무인 카페, 무인 문구점, 무인 편의점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운영이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동근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장은 "코로나19만 버티면 나아질 거라 믿었지만, 인건비·공과금·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특히 음식점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무인매장 도입 등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지현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지영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