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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길을 잃었다. 최근 그는 '중도'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속도전에 나섰지만, 홀로 방향타를 잡은 탓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속세 인하에 이어 근로소득세까지 손질하겠다며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SNS에 법인세 수입이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규모까지 축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월급쟁이는 봉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최근 우클릭 행보에 민주당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우려가 상당한 탓에 이 대표는 법인세 수입과 초부자 감세를 연결시켰다. 이 대표는 근로소득세와 법인세가 비슷해진 현 상황을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법인세 삭감 문제의 심각성을 대두 시켜 노동계를 달램과 동시에 중도와 보수층까지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의 우클릭을 두고 대선용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기존 지지층과 중도층을 함께 끌어안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게 이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을 둘러싼 잡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신년회견에서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밝혔는데, 정작 민주당이 최근 제안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도로 좌회전'이란 비판이 나왔다.
반도체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 이 대표는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는 발언을 했지만, 결국 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 대표가 구상한 정책들이 서로 상충하거나 진영 내 반발에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 과연 이재명식 정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즉 이 대표의 정책들이 조기 대선을 위한 제스처라는 비판이다.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중도층 흡수만큼은 진심으로 보인다. 그는 19일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히며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의 포지션이 진보가 아닌 중도와 보수임에 따라 진보진영 역시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의 스펙트럼을 보수 진영까지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규정해 '보수 대 진보'의 싸움이 아닌 '극우 대 중도보수'의 싸움으로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다만 정책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벌써 이 대표의 진영 확장 전략에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진영 확장 전략이 전통적인 정치 지형을 깰 것인지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시도에 우려와 의심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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