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중가요와 시대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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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2  |  수정 2025-03-12 06:59  |  발행일 2025-03-12 제27면

대중가요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장년층의 속마음과 희로애락이 들어있는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국내 유명 검색 포털 사이트가 '한국 가요 앨범 1만1천 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은 '마도로스'였다. 마도로스는 절반 이상이 1960년대에 불렸다. 당시 높은 외항 선원의 인기 직업이 그대로 반영됐다. 자주 사용된 단어는 '사랑'으로 무려 4만3천356회다. 2위와 3위는 '마음'과 '가슴'이었다. 우리나라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에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노래 가사에도 '고향'이 1960년대 1천225회, 1970년대 1천705회나 등장했다. 이후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마무리될 시점인 1980년대에는 824회로 줄었다. 1980년대에 최고로 호황을 누린 대중가요 앨범 수를 고려하면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결과다.

국내 지명(地名)은 1천119회나 언급된 '서울'이 '부산'보다 5배나 많았다. '제주'는 3위였다. 이름은 '순이·희야·갑순·갑돌이' 순이다. 남성과 여성 이름은 당시 유명 연예인 영향으로 '민준'과 '서연'이 제일 많았다. 1980년대에는 민중가요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학가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민중가요는 정치, 인권, 노동, 민주주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아프다'와 '아름답다'가 많았다. 1990년대에는 인기를 누린 '대학가요제·힙합'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는 '나'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노랫말이 절정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가요 가사는 시대의 명암(明暗)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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