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우크라 재건사업, 경북에도 기회 있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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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7  |  수정 2025-03-17 07:04  |  발행일 2025-03-17 제23면
[월요칼럼] 우크라 재건사업, 경북에도 기회 있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전쟁은 기승전 '돈'이다. 국가 간 무력 전쟁은 발발이 되어도, 끝이 나도 결국 경제적 이해 관계로 귀결된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전쟁이 끝난 뒤 세계 경제는 재편(再編)을 거듭해 왔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전개된 미국의 '마셜 플랜(유럽 부흥 계획)'. 이는 미국이 서유럽 국가들에 엄청난 자금을 뿌리며 경제 회복을 이끈 프로젝트다. 모토는 '폐허가 된 유럽을 재건하자'다.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명분은 그럴 듯 했다. 하지만 마셜 플랜은 서유럽 재건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도구였다. 지원된 자금의 상당액이 미국산 상품과 원자재를 구입하는 데 쓰였으니 말이다. 이 플랜은 단순한 경제 원조를 넘어 냉전시대 공산주의 확산을 막고 미국이 세계 패권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됐다.

작금 종전(終戰) 움직임이 한창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미국)·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끝났다. 트럼프는 예사로 젤렌스키를 면박했다. 그것도 모자라 회담 직후 군사 원조 중단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시간 끌 거 뭐 있어, 바로 숨통을 조이면 되지'라는 식이다. 주먹만 안 휘둘렀지 '일진 깡패'와 다름없다. 온전히 미국 입맛에 맞춘, 불평등한 광물협정을 맺고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압박이다. 결국 며칠 후 젤렌스키는 백기투항했다. '힘 없는 나라'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또 모를 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향후 어떤 '밀당'을 거듭할지. 그러다 미국은 결국 자국 이익에 맞춘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플랜'을 밀어붙이려 할 게 뻔하다. 미국은 이미 재건 사업비 총괄은 물론 우크라이나 방위에 기여한 나라만이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과연 그렇게 순순히 진행될까. 미국 입장에서야 '제2 마셜 플랜'을 기대하겠지.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일 것이다. 다자적·협력적 방식이 제기된다. 영국과 EU 국가(프랑스·독일 등)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가야 함은 물론이다. 침체된 우리 경제를 되살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비살상용 군수 지원과 경제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도왔다. 재건사업의 한 자리를 꿰찰 자격이 충분하다. 건설·에너지·IT 등 분야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게다. 과거 중동·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을 수행한 경험은 큰 자산이다. '한강의 기적'처럼 우크라이나에 '드니프로강의 기적'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국내 지자체도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밀의 60%를 생산해 '유럽의 빵 바구니'로 통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농업 기반이 크게 무너졌다. 이 점, 경북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도(農道)'인 경북도가 스마트팜 기술 등을 지원해 우크라이나 농업 재건과 식량 생산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및 제조 기업도 우크라이나 공업지대 재건을 위한 기술 이전 및 협력 사업에서 나름의 몫을 해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규모가 많게는 1천3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원팀인 '팀 코리아'로 말이다. 경북도가 TF를 꾸려 관련 사업을 구상해 봄직하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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