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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이 소설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여자 Rosso와 남자 Blu인데, Rosso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은 에쿠니 가오리가, Blu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은 츠지 히토나리가 썼다. 물론 츠지 히토나리는 남성 소설가이다.
우리나라의 한 대형 인터넷 서점은 에쿠니 가오리를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소개한다. 이는 "특징 있는 문체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유려한 우유체를 즐겨 사용한다"식 인터넷 소개문들과 격이 다르다.
인터넷 소개문들은 우유체를 문체의 한 가지로 보았다. 그러한 분류는 문체에 대한 무지가 낳은 오류이다. 간결체, 만연체, 강건체, 우유체, 화려체, 강건체는 문체(style)의 종류가 아니라 문장(sentence)을 성격별로 나눈 결과물일 뿐이다.
그것도 문장 자체의 종류가 아니라 그 하부 단위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간결체와 만연체는 문장 '호흡의 장단'에 따른 나눔, 강건체와 우유체는 문장 '표현의 강유(剛柔)'에 따른 나눔, 화려체와 건조체는 문장 '수식의 다소'에 따른 나눔이다.
style과 sentence 사이에는 '까마득한(이육사, 광야)' 차이가 있다. '저만치(김소월, 산유화)'의 거리도 아니다. "이 소설은 내 스타일이야!"라는 말은, 문장이 아니라 그 소설의 외형상 모든 정체가 내 취향에 맞다는 뜻이다.
소설교육이 "염상섭 만연체, 이효석 우유체" 형태로 흐르는 왜곡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병인(病因)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근인은 주입식 입시, 원인은 정치경제적 지위 획득에 목표를 두는 한국 교육의 비인간성이다. 총체적 개혁이 요구된다.
하지만 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너무나 멀리(윤동주, 별 헤는 밤)" 있다. 정치다툼 매몰 수준인 여론 주도층이 근인이다.
원인은, 우리나라 성인의 60%가 연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문체부 발표가 말해준다. 이러한 사회풍토는 솔직히 불가사의하다. 유이태, 양예수, 허준에 방불한 정치사상계 명의가 구세주처럼 출현할 날은 '어느 천년(현진건, 빈처)' 뒤일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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