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하늘 쓰레기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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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1  |  수정 2025-03-21 09:24  |  발행일 2025-03-21

지난 18일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도 봄철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3월 중순에 서울에 대설특보를 내린 것은 기상대 관측 사상 최초라고 한다. 과거 가장 늦은 대설특보 기록(2010년 3월 9일)을 15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11월 27일) 수도권의 첫눈은 보통 눈이 아니라 '눈폭탄'이었다. 이날 서울에 쌓인 눈은 16.5㎝로 1907년 근대 기상관측 이후 11월 최고 적설량을 기록했다. 기존 1일 최고 적설량(1972년 11월 28일) 12.4㎝ 보다 4㎝가 많았다. 서울의 최고 적설량(1922년 3월 24일)은 31㎝였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늦은 눈(2013년 4월 20일)은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봄철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에 내렸다.

과학적으로 눈은 대기 온도와 수증기 영향으로 생겨난다. 온도가 영상이면 비(雨)가 되고 영하에는 눈(雪)이 된다. 구름 속의 수증기는 온도 변화로 생긴 얼음 결정으로 육각형 눈송이가 되는 것이다. 눈은 내리는 모양에 따라 가루눈, 가랑눈, 싸라기눈, 포슬눈, 소나기눈, 함박눈으로 부른다. 예나 지금이나 군(軍) 장병들은 눈이 내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쓰레기"라고 불평한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연병장을 비롯해 온종일 곳곳에 쌓인 눈을 쓸고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제설 장비와 차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빗자루와 넉가래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치워야 했다. 군 복무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주말이나 국경일에 유독 눈이 많이 내린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당시 가장 힘든 병영 생활을 손꼽으라면 사격, 행군, 점호가 아닌 제설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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