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복귀 일성 "좌우 없다"…재난·통상 급한 불부터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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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5  |  수정 2025-03-25 07:13  |  발행일 2025-03-25 제27면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건 헌법적 판단도 그러했겠지만 국민 대다수 여론에도 부합했다. 한 총리의 업무 복귀 일성은 평범하면서도, 현실 진단과 자신의 할 바를 정확히 꿰뚫은 정치적 수사(修辭)였다. "이제 좌우는 없다"란 그의 각오는 갈등과 분열 앞에 노심초사하는 국민의 마음을 잘 어루만졌다. 작금 대한민국 앞의 위기는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 한 총리는 재난과 외교·통상·안보·치안·민생의 급한 불을 끄는 것부터 복귀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계엄사태와 관련 형사 재판, 탄핵소추에 넘겨진 고위공직자 중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다른 재판·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헌재가 조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한 총리가 계엄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계엄의 적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국회가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한 것이 소추사유의 '변경'인지, 적법한 범위 내에 있는지에 관해서도 판단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 소추 선고에 내부 논쟁이 적지않다는 추측을 낳는다.

한 총리의 업무가 정지됐던 '87일간'은 아쉬운 시간이었다.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에 대한민국은 초유의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발 관세·안보 압박, 증대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에다 치안 부재, 동시다발 산불에 총력 대응해도 힘이 모자랄 판이다. 권한대행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서두르는 게 헌재 판단을 존중하고 '이제 좌우는 없다'는 한 총리의 공언에 신뢰를 쌓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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