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의 화마(火魔)가 안동까지 번지면서 역대급 피해를 내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 규모가 2000년 동해안 산불, 2022년 울진·삼척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적으로도 최근 닷새간 산림자원 1만4천694ha를 시커멓게 태웠으며 인명피해도 15명이나 발생, '최악 수준의 산불'이란 지적이 나온다.
봄철 잦은 산불은 기후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고온 건조해진 기후 탓에 대형산불 발생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만큼 여기에 걸맞는 방재(防災) 시스템를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일선 현장에선 초대형 헬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번에 물 8천~1만5천ℓ 가량을 담을 수 있어, 조기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경북도를 비롯한 산악지대가 많은 지자체에선 초대형 헬기 도입을 학수고대한다. 경북의 경우, 바로 투입이 가능한 산불 진화 헬기는 15대(임차 13대, 소방 2대)이고, 이 가운데 담수량이 5천ℓ 이상 헬기는 고작 2대 뿐이다. 이번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 대부분이 담수량 5천ℓ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성 산불 진화를 지휘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초대형 헬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군(軍)에서 헬기 13대를 지원했지만 담수량 800ℓ로는 불을 끄기엔 부족하다"며 초대형 헬기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오늘날 이상 기후로 인해 빈번해진 대형 산불은 자연재해를 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악마의 재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면 이는 방책이 아니다. 정부도 이젠 초대형 헬기 등 방재 인프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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