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기사가 되지 못한 이야기 2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6.4daa64a2a17b4ba9ba4bddb1e391a5cc_P2.jpg)
#1. 우리 동네에 비교적 음식값이 싼 맛집이 있다. 분식집 간판을 걸고 있는 작은 가게지만 파는 메뉴는 여느 식당 못지않게 다양하다. 떡볶이와 칼국수, 김치찌개, 동태찌개, 비빔밥, 그리고 쇠고기·오징어·김치·제육 등 각종 덮밥이 인기다. 대학가 주변인 데도 학생보다 나이 든 동네 주민이 더 자주 찾는다.
알아 보니 일흔 중반을 넘은 여주인이 50여 년 지켜온 식당이었다. 그동안 한 번 이전했지만, 장사가 잘돼 확장한 것은 아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음식값이 전혀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도 5천~6천원 정도면 한끼 식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밥을 더 달라면 남기지는 말라며 아낌없이 퍼준다. 값이 싼 데도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준비해 주니 음식 맛이 좋다는 게 고객의 한결같은 말이다.
주인의 신념이 확고하다.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의 값만 받고 오는 손님에게 정성껏 대접한다는 생각이란다. 그동안 이 가게 덕분에 남편이 진 빚을 모두 갚았고, 굶지 않고 아이들 잘 키우게 되었단다. 이제는 식당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이용해 준 고객에게 보답하고 싶어 문을 닫을 수 없단다.
#2. 친구들에게 천사로 불리는 부부가 있다. 구미에 사는 60대 이 부부는 자녀가 셋이나 있는 데도 2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생후 100일이 된 아이를 데려와 키우다가 2년 후 다시 6개월 된 아이를 입양했다. 지금은 초등생과 중학생으로 자랐다. 부부가 낳은 세 자식은 이미 성인이 됐다.
다른 친구들은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여행을 다니며 취미생활로 여유롭게 지내고 있는데 이들 부부는 아이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부부는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이 다 다를 수 있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어떤 즐거움보다 더 크다"라고 했다.
아이를 좋아하는 이 부부는 결혼할 당시부터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보육원을 운영하기로 했단다. 사회환경이 많이 바뀌어 보육원을 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서 입양을 하게 됐다고 한다.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을 때 식당 주인은 남에게 자랑할 거리가 아니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혹여 소문이 나서 손님이 더 와도 힘들어서 안 된다고 했다. 입양 부부도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주긴 했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 온전히 내 아이인데 내 자식 내가 키우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했다. 작은 선행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은데,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은 그들이 존경스러웠고, 지면으로 소개하려고 한 필자가 부끄러웠다.
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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