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6시쯤 청송군 진보면에서 강풍을 타고 넘어온 산불이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영덕읍 주변까지 번져 읍내지역을 집어 삼킬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덕, 양양 등 연일 확산하면서 이들 지역에 가족·친지를 둔 대구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닷새째 이어진 산불로 경북에서만 20여명이 목숨을 잃고, 2만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지자 시민들은 가족·친지들의 안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가슴을 졸였다.
영덕군 영덕읍에 친누나 가족이 산다는 강모(37·대구 동구)씨는 “어제(25일) 잠시 정전이 있었다는데, 다행히 연락은 계속되고 있어 안심이다. 하지만 산불이 계속 확산되고 있고, 영덕은 도로가 한정적이어서 순식간에 피해가 커질까 걱정이 많다 "며 “실제 일부 주민이 고립돼 해경 도움을 받아 대피했단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빨리 비가 내려서 상황이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모(32·대구 중구)씨 또한 “영덕읍 천전리에 본가가 있는데, 산불이 영덕까지 번진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했다. 부모님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현재 천전리까지 불이 번지지 않았다곤 하지만, 온 마을이 흰 연기랑 날아온 검은 재로 가득하다고 들었다. 다행히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딸과 사위를 둔 임모(여·68·대구 북구)씨는 “산불이 옮겨붙어 청송을 덮쳤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딸과 사위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시 바깥이 뿌옇게 흐렸고, 값비싼 농기구들과 창고에 적재해 둔 사과를 옮기고 있다고 했다"며 “큰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다. 당시 초등생인 손주들을 내가 돌보고 있던 상황이어서, 연신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일부 대피 시설이 청송 주민들로 꽉 찼다던데, 추가 피해 없이 재난 상황이 빨리 종료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포항에 부모님이 거주하신다는 강모(27·대구 수성구)씨도 상황은 매한가지. 강씨는 “청송, 영덕 등과 인접한 포항도 산불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매 시간마다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있다. 특히, 25일 오후엔 부모님을 포함한 포항 죽장면 주민 모두에게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까지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다소 안정이 된 상황이지만, 행여 단수나 정전이 될까 밥그릇까지 동원해 물을 받아 놓았다고 들었다. 마트에서 건전지 등 재난 용품까지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하니, 아들로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착잡해 했다.

이동현
산소 같은 남자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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