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안동시 임하면 사과 농장이 탔다. 경북도 제공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사과 농장. 경북도 제공
경북 초대형 산불 여파로 국내 사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사과 생산의 절반을 책임지는 경북 사과 농장들이 산불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면서 2023년 '금사과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경북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역 내 사과 과수원의 약 17.5%가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주일간 이어진 산불로 3천366㏊(잠정) 규모의 과수원이 까맣게 타버린 것이다. 지역별 피해 면적은 의성군이 1천62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동(1천86㏊), 청송(531㏊), 영양(70㏊), 영덕(59㏊)순으로 집계됐다. 피해 신고는 오는 8일까지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을 통해 계속 접수 중인 만큼 최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은 1만9천257㏊로 전국 사과 재배지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이 도내 사과 주산인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등 5개 시군을 휩쓸고 지나감에 따라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더욱이 간접 피해를 입은 사과나무가 꽃망울을 맺지 못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사과값 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박현준 대구경북능금농협 팀장은 “산불이 난 이후 북부지역의 사과 피해 현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꽃이 필 때까지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없어 4월 중순이 지나봐야 정확한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경북지역 약 3천㏊ 규모의 사과 농장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 중이다. 다만 실질적인 피해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은“피해 신고 면적 중에 불에 탄 직접 피해 면적은 제한적이고, 열기로 인한 간접 피해 면적도 있다"면서 “현장을 본 농촌진흥청 전문가들이 직접 불에 탄 면적은 전체 신고 중에 20%가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긴급 영농기술지원단 운영에 돌입했다.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와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구성한 지원단은 피해가 집중된 5개 지역을 돌며 산불 피해 정도에 따른 영농기술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 컨설팅은 나무의 피해 정도에 따라 신규 식재 여부, 착과량 조절, 수세 관리, 관수 방법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간접 피해를 입은 나무는 꽃눈·가지 손상 여부를 살펴 회복 가능성을 진단하고, 생육 안정화를 위해 관수와 병해충 방제, 토양 복원 기술도 함께 안내한다.
도는 이번 피해를 계기로 '사과 산불피해 회복 가능성 진단 및 회복력 향상 기술개발 연구'를 긴급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결과는 향후 산불 피해 대응 매뉴얼과 정책 건의 자료로도 활용된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정밀조사와 현장 컨설팅을 통해 사과나무와 농가 모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