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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다만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젠 승복의 시간이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법에의 승복'이다. 단심제인 헌재 결정엔 불복할 법적 방법이 없다. 판결 승복은 공화국 시민의 '묵언의 약속'이며, 헌정질서 수호의 명제다. 아스팔트 우파의 현학적 수사(修辭) '국민 저항권' 행사도 법의 궤도를 이탈할 순 없다.
# 복기(復棋)=윤석열 정부의 3년 성적은 낙제점이다. 부산 엑스코 참패로 국제망신을 샀고, 의대 2천명 증원 강박증이 의료시스템 붕괴를 촉발했으며, R&D 예산 삭감은 과학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 내 편만 챙기는 코드인사의 폐해도 컸다. '충성도'만 따지는 분위기 속에 합리적 중도 성향 인재들이 보따리를 샀다. "우리 여사님 진짜 경국지색 아닙니까". 낯 뜨거운 '김비어천가'는 '용산'의 인사 난맥을 웅변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언하는 관료가 없다. 윤 정부는 관료를 시종처럼 대한다"(김동연 경기도지사).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를 대통령실에 이식한 까닭일까. 윤 전 대통령에겐 '용산대형' 타이틀이 붙었다.
오판의 화룡점정은 비상계엄 선포였다. 그 후의 전개 과정은 국민들이 본 대로다. 기상천외한 궤변이 난무했고, 괴벨스 뺨칠 선전·선동이 세상을 미혹했다. 국론은 찬탄과 반탄으로 갈라졌고, 정치와 종교가 광장 세력에 야합하며 분열을 부추겼다.
# 반정=국어사전엔 반정(反正)을 '①본디의 바른 상태로 돌아감 ②난리를 수습하여 평온한 세상을 만듦 ③폭군을 폐위하고 새 임금을 세워 나라를 바로 잡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세 가지 뜻 다 작금 상황에 맞아떨어진다.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내란 세력을 단죄하고 경제를 살리는 게 우리의 반정이다. 불통과 독선의 '용산 시대'도 끝내야 한다. 미국은 FTA 체결 국가 중 최고 세율인 25% 상호관세를 한국에 때렸다. 리더십 공백의 쓰라린 대가다. 누실된 통상 및 외교 프로토콜 복원이 시급하다. 찢어진 국론도 봉합해야 한다. 정치권의 통합 메시지와 솔선이 더 중요해졌다.
# 개혁·개헌=비상계엄은 원초적 야만이지만 민주당의 줄탄핵이 단초를 제공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릴없이 용두사미로 끝났던 정치개혁을 이번엔 완성해야 한다. 불체포·면책 등 의원 특권을 줄이고, 국회의 탄핵소추권 제한도 개혁에 포함해야 한다. 심우정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는 권력종속형 검찰의 민낯을 노정했다. 김건희 여사 압수수색 한 번 안 한 검찰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고려시대 음서제 버금가는 채용 비리를 저지른 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늘 편향성 시비가 따랐던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도 개혁 명단에 올려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은 권력 분산의 당위성을 일깨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 대부분 헌법에 명시된 만큼 개헌은 시대적 과제다.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조항을 새 헌법에 담아야 한다. 지방의 재정권·인사권을 강화하고 '지방정부' 명칭을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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