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가 치료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 수의사회 제공

수의사들이 경북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고양이를 살피고 있다. 국경없는 수의사회 제공
재해나 재난시 동물을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 산불로 숲 생태계 훼손은 물론 가축과 반려 동물까지 상당한 피해를 입으면서다. 동물의 경우 별다른 구조나 치료 대책이 없어 민간에서 각 단체별로 치료나 먹이·물품 등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북동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치료를 받은 가축은 3천552두에 달한다. 연기를 흡인한 소 2천10두, 닭 1천두, 돼지 450두가 치료를 받았다. 반려 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100마리 가량 포함됐다. 주로 얼굴과 코, 몸통 등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승철 국경없는 수의사회 사무국장은 “구조된 동물 대부분이 발바닥이나 코, 입 주변에 화상을 입었다"며 “긴급히 치료소를 마련해 후송했고, 회복된 동물은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루시의 친구들'을 비롯해 경북대 수의과대학, 국경없는 수의사회 등은 안동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부상 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흡입성 기관지염이나 골절을 당한 동물에게 수액과 진통제를 투여하고, 화상 부위를 치료했다.
앞서 지난달 경북 안동에선 산불로 집을 잃은 한 노인이 반려견과 극적으로 재회한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불길을 피해 도망쳤던 반려견 '대추'가 민간단체에 의해 구조돼 다시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동물구조단체 사단법인 '도로시지켜줄개'는 지난달 2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산불 피해 지역에서 구조된 '대추'의 사연을 소개했다.
산불 현장에선 반련동물들이 목줄을 풀지 못하거나 케이지 안에 갇혀있다가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욱이 야생 동물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재난 상황에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 생태계의 신속한 복원은 물론 반려 동물 천만 가구 시대에 걸맞는 동물 구조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철순 경북도 동물방역과장은 “재난 발생 시 119가 사람을 구조하듯 동물을 전담 구조하는 애니멀폴리스와 같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