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화 속 인문학(시네마 오디세이아), 영화 이미지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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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8  |  수정 2025-04-18 08:57  |  발행일 2025-04-18 제19면
'기생충'의 우리사회 불평등문제 등

다양한 장르영화 속 여러 현상 해석

영화의 '숲'을 조망하는 길로 이끌어
[신간] 영화 속 인문학(시네마 오디세이아), 영화 이미지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영화 속 인문학(시네마 오디세이아)'은 영화를 풍부하게 조망해 인문학의 숲으로 안내해 준다. 사진은 영화 촬영현장.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영화 속 인문학(시네마 오디세이아), 영화 이미지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김윤태 지음/간디서원/336쪽/2만원
영화는 사실적 스토리와 서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근본 문제를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장르다. 책과 신문이 이성적으로 설득한다면, 영화와 동영상, 드라마는 우리의 감정에 호소하며 동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새로운 기술 진보와 대규모 자본투자를 무기로 순식간에 엄청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현대사회의 문화양식 가운데서도 영향력이 크다.

오늘날 영화는 대중의 일상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됐다. 그리고 영화는 개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고 제작자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은 시대와 사회의 문화적 취향을 만든다. 곧 영화가 재현하는 문화와 이데올로기는 수많은 관객을 통해 사회를 재구성한다. 이처럼 영화를 만들고 보는 행위는 개인적 행위이자 사회적 행위다. 그러므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권력관계, 이데올로기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알아야만 전체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영화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감독의 정체성, 배우의 성격, 연기력 등을 분석하는 기술적인 비평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영화의 숲을 보아야 한다. 곧 철학, 사회학, 미학 등 인문학을 동원한 사회적 비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로 2018년 홍콩중문대학에 머무를 당시 영화를 사랑하는 홍콩 학생들과의 만남을 꼽고 있다. 저자는 "나는 여전히 홍콩과 홍콩 영화와 홍콩 사람들을 좋아한다. 이렇게 영화로 맺어진 홍콩과 나의 인연은 젊은 학생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우리 시대의 질문'은 '기생충'(2019), '오징어 게임'(2021),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 등의 영화 및 드라마를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 계급과 불평등 문제, 핵무기 위기 등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사회 곳곳에 숨겨진 구조를 찾아내는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콜라병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부시맨'(1980) 등 여러 영화를 통해 문명의 의미, 인종차별주의, 페미니즘, 가상현실과 포스트모더니즘 문제들을 다룬다.

'3부 권력은 어떻게 인간을 통제하는가?'에서는 현대 사회 비판과 고독한 현대인의 에로스 및 '대부'(1972)로 대표되는 범죄 영화 등을 소개한다. '4부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아바타'(2009), '컨테이젼'(2011), '지오스톰'(2017) 등의 영화를 통해 우주개발 문제, 전염병 위기, 기후 위기, 1인 가구 문제 등을 논한다.

'5부 나는 왜 자유롭지 못한가?'에서는 책이 사라지고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인간이 왜 쉽게 권위에 복종하는가를 묻고 관련 영화를 소개한다. '6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장뤽 고다르 등 감독들의 '누벨마그(1957년 이후 프랑스 젊은 영화감독들이 새롭게 시도한 예술영화 운동)' 예술 영화운동을 소개하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오가며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저자 김윤태는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20세기 말 세계사의 격변을 가까이 보기 위해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영국 캠브리지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장,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정치, 문화, 사회이론에 관한 책과 논문을 출간했으며, 문학과 예술에서 역사와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관심이 많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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