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휴머노이드 로봇, 두발로 21㎞ 완주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19.7b1e5d991dab48d187e848faed5c5954_P1.jpg)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남부지역 이좡(亦庄) 난하이쯔공원 일대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天工) 울트라'가 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톈궁은 2시간40분42초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영민 기자
인간과 로봇이 마라톤 출발선에 함께 섰다. 지난 19일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인간과 로봇이 겨루는 하프마라톤에 인류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가 죽은 자신의 딸을 닮은 '자동인형(오토마타, 휴머노이드 시초)'을 만들어 데리고 다녔다는 괴담이 나온 지 400년 만에 인간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공존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한 역사적 순간이다. 휴머노이드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대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3면에 관련기사
중국 베이징시는 이날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 일대에서 '2025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로봇 하프마라톤'을 개최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좡 개발구는 로봇·전자정보통신·생명공학·자동차 등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첨단기술 제조업 밀집단지다. 로봇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고른 셈이다. 이번 대회에는 예선을 통과한 휴머노이드 로봇 21대가 참가해 '인간' 참가자 9천여명과 대결을 펼쳤다.
가장 주목받은 로봇은 단연 '톈궁(天工)'이었다.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톈궁은 출발점부터 사람 도움 없이 혼자 일정한 속도로 달려 나갔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펼친 텐궁은 2시간40분42초의 기록으로 참가 로봇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호인 수준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산업계는 로봇끼리 축구 대결을 펼치는 '로보컵' 등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의 발전 수준을 가늠해 왔다.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레벨로 가기에는 최소 3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로봇이 어느 정도 인간과 대등한 수준의 달리기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로봇 기술에 대한 고정관념과 한계를 무너뜨린 일대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명대 유승열 교수(로봇공학전공)는 “그간 로봇은 전기를 항상 공급받는 고정적·안정적 환경에서만 무리 없이 작동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인간으로서도 '극한 환경'에 가까운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점은 향후 로봇이 인간과 안전하게 섞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어 “로봇의 발전은 산업과도 직결된다. 극한 환경을 견뎌내는 지속력과 환경 변화에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제어 시스템을 갖춘 로봇은 국내 노동력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대구시가 이번 대회를 본보기 삼아 정책적 지원 확대는 물론, 우수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역 대학과 연계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이승엽·박영민 기자

이승엽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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