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헌혈 천사 김종학씨 “100회 달성못했지만 헌헌 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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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3  |  발행일 2025-04-23 제24면
[동네뉴스] 헌혈 천사 김종학씨 “100회 달성못했지만 헌헌 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헌혈 100회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는 김종학씨.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헌혈로 건강도 지키고 사랑도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종학씨 제공>

“헌혈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고 대가는 보람이다."

헌혈 100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대구시 동구에 살고 있는 김종학(56)씨다.

혈액은 유통기한이 있는 생명 자원이다. 장기간 보관도 어렵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누군가 팔을 걷어 부치지 않으면 누군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2001년 김씨는 학창시절 4번 헌혈의 경험을 바탕으로 헌혈 100회 목표를 설정하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기부를 시작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헌혈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게 시작이다. 본인만의 노하우로 체력을 관리하며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도 친구와의 술자리도 멀리했다. 구미로 출퇴근하면서도 스스로 약속한 헌혈의 날짜는 어기지 않았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을 헌혈의 집으로 하기 일쑤였다. 항상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헌혈에 참여하다보니 헌혈하는 날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김씨는 “헌혈 주사바늘이 팔뚝에 들어오기까지 3초의 따끔함을 견디면 건강도 확인하고 사랑을 전파할 수 있다. 1, 2회 횟수가 쌓일 때마다 자신이 고맙고 헌혈의 순간이 마냥 행복했다"고 기억한다.

김씨는 헌혈을 30차례 한 공을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은공헌혈유공패, 50차례 헌혈로 금공 헌혈유공패도 받았다. 몇 번의 이사로 말미암아 지금 그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대한적십자 레드커넥트 앱에 들어가면 헌혈 71회(성분헌혈 59회, 전혈 12회)의 기록이 있다. 학창시절 4번의 헌혈을 포함하면 75회 헌혈을 했다.

100회를 달성하지 못한 사연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다. 회사에서 갓바위 산행이 있던 날로 기억한다. 동료들의 술자리 음식 모두를 거절하고 헌혈을 하러 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헌혈이 가능한지 간단한 검사가 진행됐다. 혈압이 조금 높게 나왔다. 갓바위 산행하고 급하게 와서 그런 것 같다는 김씨의 말에 말없이 나가는 직원의 표정 때문에 그날 이후 헌혈을 중단했다. 산행 후 직원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1시간씩 소요되는 성분헌혈(성분채혈기를 이용해 특정 성분만 채혈하는 헌혈)을 할 만큼 헌혈의 중요성을 실천했던 김씨. 그날 몹시도 서운했다고 한다. 지금은 헌혈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 100회 달성은 이루지 못한 약속이 되었다.

김씨는 “헌혈의 장점은 우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만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헌혈로 건강도 지키고 사랑도 실천했으면 좋겠다"면 “소수의 인원이 헌혈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많은 건강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참여하는 게 훨씬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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