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격청사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가 지역 경제의 허리인 자동차부품과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인력 이탈' 고리를 끊기 위해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지역 중소 부품사들의 고충을 반영해 지원금의 무게중심을 '채용'에서 '근속'으로 옮긴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채용 즉시가 아닌 '3·6개월' 고비마다 현금 인센티브
대구시는 오는 28일부터 자동차 부품 및 반도체 분야 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2025년 대구형 플러스 일자리 사업' 접수를 시작한다. 총사업비 8억 원(국비 6억 원 포함)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구직자가 현장에 취업한 뒤 3개월과 6개월을 무사히 넘길 때마다 각각 100만 원씩, 최대 200만 원의 인센티브를 근로자 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구조다.
성서산업단지 원룸촌에서 만난 사회초년생 정희성씨(26·자동차부품사 신입)는 "월급에서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저축할 여유가 거의 없다"며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목돈이 들어오면 적금 중도 해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층(만 15~34세) 유입이 절실한 자동차 부품 업계에는 '경력채움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1년간 매월 20만 원씩, 총 240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배치했다. 이는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율이 가장 높은 입사 1년 미만 구간을 정책적 '보호 기간'으로 설정해 숙련공으로의 전환을 돕겠다는 취지다. 한 취업포털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입사 후 4개월에서 1년 미만 사원의 퇴사율이 30%를 넘어서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조기 퇴사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임금 부담 40% 경감…정규직 전환 유도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체감 혜택도 적지 않다. 신규 채용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단행한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월 100만 원의 장려금을 최대 9개월간 지급한다. 2025년 최저임금 수준과 비교했을 때 기업은 신규 인력 한 명당 발생하는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의 약 40~50%를 지자체로부터 보전받게 된다.
달성군 대구국가산단에서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김영수 대표는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납품 단가는 묶여 있어 신규 채용 때마다 주저하게 된다"며 "정부에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주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다.
지원 규모는 산업별 비중과 시급성에 따라 안배됐다. 149명을 지원하는 자동차부품 산업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이, 36명을 배정한 반도체 분야는 대구경영자총협회가 운영을 맡아 각 업종 특성에 맞는 사후 관리를 진행한다. 여기에 기존 현대·기아차 2·3차 협력사를 위한 별도의 고용 유지 지원 사업(210명 규모)도 병행해 하부 공급망의 인력 붕괴를 막는다.
◆'양적 확대'에서 '질적 안착'으로의 정책 전환
대구시의 이번 지원책은 단순 일자리 수치 늘리기가 아닌 '산업 생태계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래차 전환기에 놓인 부품사들이 신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기업에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 안정을, 근로자에게는 장기 재직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본질"이라며 "주력 산업의 현장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금성 지원책이 근속에 어느 정도 도움은 주겠지만 실질적인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미만 입사자들의 퇴사율이 높은 이유는 채용공고에서 본 업무와 실제 업무가 다르거나 적성과 맞지 않는 직무 적합성 불일치, 낮은 연봉, 사내 문화 및 인간관계, 워라밸 부족 등이 꼽힌다. 기업 문화 변화, 신입 사원의 연착륙 지원 등 근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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